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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염치를 알고 지키는 사회

간천(澗泉) naganchun 2021. 1. 10. 12:51

예의염치를 알고 지키는 사회

 

 

 

 

 

  별로 점잖지는 못하지만 “체면을 구긴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쉽게 생각하면 자신의 신분에 맞지 않은 일을 해서 부끄러움을 당한다는 뜻일 것이다.

 

지난 11월 2일 나는 내자와 함께 보건소에 독감예방 접종을 받으러 간 일이 있었다. 전날 뉴스에 예방 접종을 받을 사람이 붐벼서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루었다는 소식이 있어서 아침 일찍 8시 전에 갔었는데 이미 100여명이 줄을 서 있었다.

기다리기 한 시간 쯤에 차례가 되어서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전해에는 내자가 고혈압으로 항상 보건소의 신세를 지고 있어서 마침 고혈압 약을 받으러 가는 길에 들렀다가 독감예방 접종을 하고 있어서 차례를 기다리지도 않고 접종을 받은 바가 있었다.

올해는 작년에 조류독감이니 해서 하도 떠들어대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반 시민들이 독감예방접종의 효력을 신뢰한 데서이기도 하고, 접종시기가 좀 늦어지기도 하여 한꺼번에 사람이 몰린 것이라 한다.

나는 다행히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서 맞고 왔으나 그 이상을 기다린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나야말로 체면을 구기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었구나 하고 후회를 한 바가 있다. 독감예방 접종은 반드시 보건소에서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일반 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내가 무슨 사회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병원에서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정당히 돈을 내고 받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더 어렵고 바쁜 사람들이 쉽게 접종을 받을 수 있게 하여 한 시라도 자기 일에 더 힘을 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일 것이기 때문이며, 그래도 약값을 치르기에 그리 궁색한 처지는 아니니까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양보를 하는 것이 예의염치를 알고 체면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2월 5일 동아일보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우리나라의 재계에서 쓴 소리로 유명한 박용성 회장이 지난 4일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들과의 대담에서 한 말이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

그는 말하기를 "18억 원짜리 집에 사는 사람이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돼 세금 60만원 올라간다고 그렇게 아우성을 칠 수 있냐."고 한탄했다. 또 박 회장은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무를 다해야 존경을 받을 수 있다"며 "자신의 지위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참으로 예의염치를 아는 사람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시회에는 돈 많은 수전노도 많으며, 사회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여 이권을 더 얻으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예의염치를 알고 지키는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선진사회라고 생각한다. 사회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나 많이 가진 사람들은 일반 서민이나 어려운 사람들과 경합이 되는 일에는 참여하지 말고, 그들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지니고 있을 때, 그 사람이야말로 예의염치를 알고 지키는 사람이며,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가 될 때에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설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싶다* 

(재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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