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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세상의 모든 책들

간천(澗泉) naganchun 2012. 7. 30. 04:36

 

세상의 모든 책들

 

 

 

세상에는 얼마만큼의 책이 있을까?

이 세상에는 그 동안 얼마만큼의 글이 써지고 그게 엮여져 책으로 빛을 보게 되었을까?

수많은 세기 동안 여러 모양으로 여러 수단으로 표기된 문서나 책들이 사라지고 남겨져서 지금 남아 있는 책들은 얼마만큼이나 될까?

그 중에 정말 꼭 읽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책들은 어떤 책들일까?

 

오프라윈프리 쇼에서 소개된 책은 바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그것은 한 유명한 토크쇼에서 프로그램 구색을 맞추기 위해 차려진 밥상의 한 반찬이라는 존재가 아니라 오프라윈프리 쇼를 규정지을 만큼 중요한 자리 메김을 하는 코너였다. 그 코너가 만들어진 것은 오프라윈프리가 어릴 때부터 어려운 환경가운데서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자신의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서 성공한 이후에도 줄곧 책을 벗 삼아 인생길을 가고자 했고, 자신의 경험을 방송이라는 대단한 매체를 통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여 도움이 되게 하고자 함이었다고 그녀의 전기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매일 매일 기획되고 출간되고, 게다가 도서관마다 집집의 책장마다 소장자의 서재마다 쌓여있는 책들. 지구는 책 공장이다. 책 마켓이다.

 

지구 표면 바닥에 타일처럼 책으로 모자이크처리 하듯 지구바닥 인테리어 리뉴얼 공사를 한다면, 아마 세상의 모든 책은 동원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구인테리어 디자이너는 자기 맘껏 페이지수가 비슷한 것끼리 모아서 표면이 울퉁불퉁 하지 않게 하거나, 혹은 표지가 예쁜 것끼리 모아서 표면에 별도의 마감 처리 하지 않아도 그 자체 디자인 효과를 내게 하려고 추려 내거나. 뭐 그렇게 수많은 책들 중에서 남다른 기준으로 추리는 작업을 하게 되겠지 싶다.

 

그렇게 책이 많다. 사람들은 또 책을 읽지도 않고 책을 소장하려 든다. 어떤 유명한 지식인은 각각 혼자 일 때 나름의 서재에 빽빽이 자기 취향의 책을 수집했고 둘이 결혼을 하게 되니 각각 다른 취향의 책들끼리 같은 집에 살게 하기 위하여 책들, 서재의 결혼식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책에 대해서 인간은 너무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톨스토이의 이야기 중에 ‘사람은 어느 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글이 있는데, 사람은 어마 만큼 책을 가지고 싶어 하는가? 읽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책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만 있어도 좋다. 그러다보면 읽게 되니 말이다.

나도 책 욕심이 많았던 때가 있었다. 우선은 읽고 싶은데서 동기가 유발되고 그리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진다.

책을 사면 반드시 앞장 바로 뒷 페이지에 ‘00꺼’라고 싸인 하기도 했고, 도서관에서 책마다 찍혀있음직한 도장이나 스탬프를 파서 ‘000장서’라고 찍기도 했다. 그렇게 책들로 인해서 행복했지만 이윽고 필요한듯하면서도 정작은 필요하지 않고 장식에 되는 책들로 인해서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런데 마음을 바꾸었다. 내가 다니던 직장 근처에는 대형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은 사방이 유리벽으로 둘러쳐져 있어서 안에 있는 책들이 보인다. 출 퇴근 때마다 그곳을 지나면서 흐뭇했다. 그곳을 나의 서재라고 생각하면서 다녔다. 책에 줄을 긋고 손 때 묻히면서 나의 스케줄대로 읽게 되어야 직성이 풀리지만, 내가 다 소유할 수 없을 바에는 그냥 그렇게 모두의 것으로 남겨 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서울시에서는 동네도서관 500여 곳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무 때나 근접하기 쉽게 하여 독서 인구를 늘리고 문화를 향상시킨다는 목적이다. 그동안은 동네 도서관이 없어서 책을 안 읽었었나 보다. 동네 책 대여점도 이젠 장사를 접어야 할 때가 오는지도 모른다. 그분들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또 다른 업종이 생겨나겠지.

 

내 책상 옆에 꼭 필요한 책 몇 권, 잠자는 곳 옆에 몇 권, 화장실 입구에 몇 권, 식탁 옆에 요리나 건강관련 책 몇 권 그렇게만 데리고 주구장창 그것만 닿도록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새것을 탐하지 말고...<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