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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언플러그드 ; 인터넷이 끓긴 세상 vs 꼬리 달고 사는 세상

간천(澗泉) naganchun 2012. 8. 13. 06:26

 

언플러그드 ; 인터넷이 끓긴 세상 vs 꼬리 달고 사는 세상

 

 

하루도 전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인간이 삶에서 소중한 것을 이야기할 때 가급적 등장하는 것이 공기에 대한 비유다. 공기가 없으면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이다. 그건 정말 진리다. 그런데 그 ‘공기’를 제치고 ‘전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여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원소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지 않은가?

 

1900년대, 전기가 없는 세상은 그야말로 노말(normal)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전기가 없어서 오는 불편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은, ‘전기’라는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만큼 창조적인 기발한 생각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인터넷 없인 살 수 없다. 인터넷도 역시 전기가 없으면 연결이 될 수 없지만 말이다.

전기가 있어도 인터넷이 없으면 인간은 공기가 없어서 숨을 헐떡거리다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사막에서 갈증이 심해서 물을 찾는 사람들처럼 헉헉 거리다가 인터넷이 잡히는 허공을 향하여 온갖 스마트기기들을 치켜 올리며 무선 안테나와 접속하려는, 마치 전위 행위예술을 하는 사람들 마냥 이상야릇하고 난해한 동작들을 하는 인간 족속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는 제스쳐들이다.

 

생각만 해도 그림이 그려진다.

아차! 여기서 물을 빼놓고 있었다. 공기와 물. 물은 정말 소중하다. 그런데 자꾸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실체들로 인해 ‘물’과 같이 필수요소인 그들의 존재가 가려지고 잠시 잊혀지고 있는 것 같다.

 

언플러그드. unplugged.

예전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 살던 내가, 엘리베이터가 가동되는 아파트에서 머문 적이 있었는데 한밤중에 자려는데 밤새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열리는 곳마다 층을 알리는 전자음에 신경이 거슬려 잠을 이루지 못한 기억이 있다. 그때 새삼 언플러그드 아파트에 사는 고요함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엘리베이터의 코드선을 빼버리고 싶었다.

언플러그드. 원래 언플러그드란 말은 전기 악기나 앰프에 플러그를 접속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로 전자악기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이나 연주를 일컫는 말이다.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원플러그를 뽑아두라고 한다. 그런데 지금 온 세상은 24시간 플러그가 꽂혀 있다. 치밀하게 연결 된 전기플러그와 인터넷 연결망은 보이지 않는 거미줄로 인간의 삶을 점점 칭칭 동여매고 있다. 인간관계마저도 인맥이니 라인(line)을 잘 타야 하고 암벽타기도 그 줄이 생명줄이지 않은가. 보이는 줄이든 보이지 않는 줄이든 모두 이젠 떼어 놓으려 해도 뗄 수 없는 긴 꼬리들을 달고 산다.

 

숨이 가쁘고 왠지 압박감이 느껴지고 갑갑하다면 한번 그 줄을 뽑아 보자. 그 꼬리를 잘라버리자. 그래봤자 이내 도롱뇽처럼 다시 꼬리가 재생되고 말테지만 말이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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