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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불볕더위 대적 최강자 부등호 공식

간천(澗泉) naganchun 2012. 8. 6. 05:24

 

불볕더위 대적 최강자 부등호 공식

 

 

  야 시원하다(이과수폭포)

 

 

상담실습을 하는 센터 다녀오는 길에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서 중간분리대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시내 버스정류장은 대부분 도로의 중간에 설치되어 있다. 그래서 도로의 한 가운데서 도로 저편과 이편 양쪽 상황을 바라 볼 수 있다.

 

35도를 웃도는 한 여름의 매우 쾌청한 한 낮의 거리. 버스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준비된 의자는 그야말로 불 한증막 바닥처럼 뜨거웠지만 가만히 앉아보니 야릇하게 따뜻하고 온 몸이 따사해지고 싫지 않은 기분이다. 그 더위에 말이다. 오히려 추운 소름끼침이 순간 전신을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더위 아주 한 가운데에 마냥 앉아서 바로 앞에 보이는 저쪽 인도에서 파라솔 하나 펴고 숯불에서 작은 꿀밤을 구워서 파는 사람을 보았다. 이 더위에... 보니 사는 사람도 별로 없다. 여름의 군밤장수는 이열치열을 몸소 실천하고 체험하는 중이었다.

 

겨울서부터 계속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는 분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이 여름에도 그 일이 계속되고 있었네! 일 년 내내 그 자리에서 여름철에 어울리지 않을 듯싶은 군밤을 파는 모습에 머리가 새하얘졌다. 밥벌이의 고단함을 느끼며 서글퍼졌다. 지난겨울, 그 밤을 사먹은 적이 있었다. 그것은 깔끔한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는 것보다는 그 추위에 길거리 행상을 하는 분에게서 사야겠다는 마음도 있어서였다. 아주 달고 맛난 밤이다. 껍질도 잘 까지고.

 

매일 큰 전시장마다 다양한 볼거리 전시가 열린다. 사람들에게 효과적인 전시 내용을 구성함에 있어서는 글보다는 그림이 더 효과적이고 그림보다는 움직이는 영상이 효과적이고 영상보다는 실제 생물이 효과적이라는 원칙이 있다.

 

글 < 그림 < 영상 < 생물(실물)

 

더위를 이기는 방법을 부등호로 생각해 본다.

 

에어콘 < 선풍기 < 부채 < 그늘 < 산들바람

 

에어콘 바람보다는 선풍기 바람이 더 좋다. 선풍기 바람 보다는 부채바람이 더 좋다. 인간 동력으로 미풍 강풍을 스스로 조절하는 그야말로 인공지능 바람이다. 부채 보다는 그늘이 좋다. 나무그늘이 좋다. 그냥 건물 그늘보다는 말이다. 나무그늘에서 나무 가지와 이파리들이 부쳐주는 바람이 좋다. 그늘에서 가만히 앉아서 유유자적하게 느끼는 산들바람의 느낌.. 이게 단연 으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그늘을 찾아 들로 산으로 강으로 피서를 가는가 보다.

 

팥빙수보다는 아이스케이크가 좋다. 아이스케이크 보다는 얼음 동동 미숫가루가 좋다. 그리고 수박도 좋다. 그래도 항상 변함없이 좋은 것은 시원한 물이다. 깊은 우물에서 갓 길어 올린 그 물이 정말 좋다.

 

보양식 < 팥빙수 < 아이스케이크 < 얼음동동 미숫가루 < 우물 냉수 한 사발

 

너무 더운 여름에 매미마저 시끄럽게 대합창을 해대는 것은 어쩌면 이 무더위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더 짜증이 나니까 조금이라도 신경을 분산시키려는 창조주의 배려인지도 모른다.

이젠 너무도 가을이 그리워서 저 매미소리들이 마치 귀뚜라미 우는 소리처럼 착각하곤 한다. 가을아! 빨리 와라!! <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