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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사신의 배를 받든 두 마리의 용

간천(澗泉) naganchun 2012. 1. 23. 04:27

 

 

 

사신의 배를 받든 두 마리의 용

 

 

 

 

임진년(壬辰年) 흑룡의 해가 밝았습니다.

이 흑룡이 이 나라를 받들어 우리나라가 세계만방에 국운을 떨치는 해가 되기 바라며 우리의 고유한 옛 설화 한 가지를 선사하렵니다. 새해에는 두루 소망을 이루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신라 진성여왕의 막내아들인 아찬 양패(良貝)가 무리를 이끌고 당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이때 명궁사 거타지도 궁사로 뽑혀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일행이 당나라로 가는 도중 곡도(鵠島)에 이르렀을 때 풍랑을 만나 배가 난파하게 되었습니다. 

양패가 사람을 시켜 점을 치게 하였더니 “섬 안에 신령한 못이 있어 여기서 제사를 지내야 풍랑이 멎는다.” 하므로, 일행은 그 못에 제물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자 못물이 높이 솟아올랐습니다. 신령이 감탄한 것이지요.

 

그날 밤 양패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활을 잘 쏘는 사람 하나만 이 섬에 남겨 두고 떠나면 순풍을 얻으리라.” 하였습니다. 

양패가 섬에 남을 자를 가리기 위하여 각자의 이름을 적은 목간(木簡) 50쪽을 만들어 물에 넣고 제비를 뽑으니 거타지라 쓴 목간이 물에 잠기었으므로 거타지만을 남기고 모두 떠났습니다.

 

거타지가 홀로 섬에 남아 수심에 쌓여 있자, 홀연히 한 노인이 못 가운데서 나오며 말하기를, 자기는 서해의 용신인데 매일 해 뜰 때마다 하늘에서 한 중이 내려와 다라니를 외며 못을 세 바퀴 돌면 자기와 가족들이 모두 물 위에 둥둥 뜨게 되고, 그 때마다 그 중이 자기 자손들의 간(肝)을 하나씩 빼 먹어 지금은 자기 아내와 딸만 남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다시 그 중이 나타날 것이니 그때에는 그를 활로 쏘아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거타지가 쾌히 승낙하자 노인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이튿날 아침 거타지가 숨어서 그 중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과연 한 중이 내려와 주문을 외고 늙은 용의 간을 먹으려 하였습니다. 그 순간 거타지가 활을 쏘아 중을 명중시키니 중은 곧 늙은 여우로 변하여 땅에 떨어져 죽었습니다.

 

노인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거타지에게 자기의 딸을 아내로 삼아 달라고 하며 딸을 한 가지의 꽃으로 변하게 하여 거타지의 품속에 넣어주고, 두 마리 용에게 명하여 거타지를 받들고 사신 일행이 타고 가는 배를 뒤쫓아 가서 그 배를 호위하여 무사히 당나라에 도착하게 하였습니다.

 

당나라 사람들은 신라의 배를 두 마리의 용이 받들고 있는 것을 보고 임금에게 이를 아뢰니, 임금이 신라의 사신은 비상한 사람일 것이라고 여겨 성대히 대접하고 후한 상까지 내렸습니다.

고국에 돌아온 거타지는 꽃가지로 변한 노인의 딸을 다시 여자로 변하게 하여 그녀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삼국유사』 권2 기이편(紀異篇)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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