豊樂亭遊春(풍락정유춘)
북송/北宋 구양수/歐陽脩
--풍악정의 봄놀이--
붉은 꽃나무, 푸른 산에 해는 기울고
넓은 들판 푸른 풀빛 끝이 없구나.
노니는 사람들은 가는 봄을 아랑곳없이
정자 앞을 오가며 낙화를 밟는구나.
紅樹靑山日欲斜(홍수청산일욕사)
長郊草色綠無涯(장교초색록무애)
遊人不管春將老(유인불관춘장로)
來往亭前踏落花(내왕정전답락화)
*풍락정(豊樂亭)-정자. 안휘성저현(安徽省滁縣)의 풍산(豊山)에 있다. *유춘(遊春)-봄의 행락. *홍수(紅樹)-붉은 꽃이 핀 나무. *장교(長郊)-넓은 들판. *유인(遊人)-행락객. *불관(不管)-아랑곳하지 않음. *홍(紅)-붉다. *수(樹)-나무. *청(靑)-푸르다. *일(日)-해. *욕(欲)-하고자하다. *사(斜)-비스듬하다. 흩어지다. *장(長)-길다. *교(郊)-들. *초(草)-풀. *색(色)-색깔. *록(綠)-초록. *무(無)-없다. *애(涯)-가. *유(遊)-놀다. *관(管)-고동. *춘(春)-봄. *장(將)-장차. *로(老)-늙다. *래(來)-오다. *왕(往)-가다. *정(亭)-정자. *전(前)-앞. *답(踏)-밟다. *락(落)-떨어지다.
감상
풍락정에 올라 바라다본다.
붉은 꽃을 피운 나무와 푸른 싹이 움트는 산에 해는 저녁을 향해서 기울어지려 하는데, 넓은 들판에는 푸른빛이 끝없이 펼쳐있구나. 봄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은 봄기운에 취하여 봄날이 가버리려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정자 앞을 오가며 낙화를 밟는다. 가는 봄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오직 나뿐인가. 하고 작자는 가는 봄을 못내 아쉬워한다.
작자
구양수(歐陽修)(1007〜1072)
북송(北宋)의 시인, 정치가, 문인, 학자이다. 자는 영숙(永叔), 호는 취옹(醉翁), 육일거사(六一居士). 길주노릉(吉州盧陵)(강서성길안현/江西省吉安縣) 사람이다. 4살 때 부친과 사별하고 어머니 정씨(鄭氏)에게서 양육되었는데, 집이 가난하여 땅바닥에 글을 쓰면서 공부했다고 한다. 1030년 진사(進士)가 되고, 한림학사(翰林學士), 참지정사(參知政事), 태자소사(太子少師) 등 여러 벼슬을 역임했다.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으로 문인일 뿐 아니라 정치가이기도 하였다. 우수한 문인이며 학자로서 역(易)과 모시(毛詩)의 새로운 해석, 고문(古文) 부흥, 역사연구, 편찬 등에 큰 공헌을 했다. 그는 한유(韓愈)의 산문을 접하고서, 한유, 유종원(柳宗元) 이후에 한때 쇠퇴한 고문을 부흥시켜 정통적인 것으로 만들었는데 그의 문장은 “우여위비(迂餘委備), 명백창달(明白暢達)”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한유에 비해 실명적, 분석적이나, 응축도와 강렬성이 적다. 시에서는 매요신(梅堯臣) 등과 친교를 맺었고, 당시 유행하던 서곤체(西崑體)라는 화려한 수사적 시풍을 타파하고 이른바 송시(宋詩)를 창조했다. 그는 시문(詩文) 양면에서 송대 문운(文運)을 개척했다. 소동파(蘇東坡)는 “대도(大道)를 논하면 한유(韓愈)와 같고, 사(事)를 논하면 육지(陸贄)와 같고, 기사(紀事)는 사마천(司馬遷)과 같고, 시문은 이백(李白)과 같다.”고 평했다. 또 사학과 고고학 방면의 업적도 적지 않다. <육일시화(六一詩話)>는 시평론의 한 형식적인 시화(詩話)의 효시이며, 또 우수한 수필집 <귀전록(歸田錄)>, 모란(牡丹)을 논한 <낙양모란기(洛陽牡丹記)> 등의 저서가 있다. 역사적 저술로서 <오대사기(五代史記)>를 편찬했고, 고고학에 관한 저술로 <집고록(集古錄)> 10권이 있으며, 전집 <구양문충공집(歐陽文忠公集)> 13권, 부록 5권이 있다. 시호는 문충공(文忠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