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아내와 고양이
옛날 매우 게으른 아내가 있었다. 그녀는 매우 게을러서 밥마저도 한 입 한 입 남편이 먹여주어야 했다.
집안일은 모두 남편이 했다. 들에 나가서 하는 일이거나 세탁이나 무엇이든지 남편이 해야 했다.
그런 때문에 그 남편은 그 아내를 얻어서는 집에서 멀리 나가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래도 남편이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생겼다. 잘하면 일주일 정도면 될 일이었다.
잘 되지 않으면 10일 정도는 걸릴 일이었다.
그래서 남편은 누구에게 아내를 부탁하면 좋을는지 걱정이 되었다. 가까이는 친척도 없었다.
<남자는 7일, 여자는 8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남자는 7일간 먹지 않아도 살고 여자는 8일간 먹지 않아도 산다는 말이다.
그런데 10일 정도 돌아오지 않으면 아내는 굶어서 죽을 것이다.
남편은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한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크고도 단단한 빈대떡을 만들어 그 한가운데에 구멍을 내고 아내의 목에 걸어서 아내에게 <배가 고프면 입을 열어서 이 아래를 한 입씩 먹으면 된다. 잘 되지 않으면 손으로 잡아서 돌리고 먹으면 된다.
물은 곁에 두고 갈 터이니. 고생이겠네.> 하고 말하자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은 나가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8일 정도에서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아내는 앉아있는 채로 죽어있었다.
자세히 보니 물은 마시지 않았고 빈대떡은 처음 먹을 수 있는 곳만 먹었다. 전혀 돌리지 않았던 것이다.
먹을 것이 모자라서 굶어 죽은 것이었다.
이 게으른 아내는 죽어서 염라대왕에게로 보내졌다.
염라대왕은 <이 인간은 아직도 수명이 남았는데 어찌하여 죽은 것인가.> 하고 생각하여 아내에게 <어찌하여 왔는가?> 하고 묻자 <굶어서 죽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염라대왕은 <어찌하여 굶어 죽었는가?> 하고 묻자 아내는 <우리 남편이 일하러 가면서 먹을 것, 마실 것을 곁에 준비해 두었는데 나는 입 둘레에 있는 것만 먹고 다음은 돌리기가 싫어서 먹지 않고 있었으므로 굶어 죽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염라대왕은 <너의 수명은 아직 남아 있으나 다시 인간으로 태어나거라.>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아내는 손을 저으며 <다시 인간이 되는 것입니까? 나는 다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다.
염라대왕은 <너는 어찌하여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은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말하기를 <청소, 세탁, 밥 짓기까지 모두 아내의 일이라서 놀고 지낼 수가 없습니다. 나는 놀고 지낼 수 있는 것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염라대왕은 말하였다 <그러면 너는 무엇으로 태어나고 싶은가?> 하고 묻자 아내는 <나는 인간이 기르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염라대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뭐!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하고 묻자 아내는 <예 그렇습니다. 고양이가 되면 잠자코 있어도 물고기나 새우를 먹을 수가 있고 따뜻한 마루에서 잠잘 수 있고, 주인은 아껴줍니다.
나는 즐겁게 놀고 쥐를 잡거나 싫으면 그만 두고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염라대왕은 <좋아 네가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면 고양이로 태어나라.>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아내는 서둘러서 <나를 고양이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신다면 다시 해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냐?> <내가 부탁하고 싶은 것은 털 색깔입니다.>
염라대왕은 귀찮은 듯이 <그럼 말해보렴.> 하고 말하자 아내는 <나는 검정색, 게다가 먹처럼 새까만 몸과 작고 흰 콧수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어떤 때문인가?> <나는 쥐가 먹고 싶어져도 그다지 수고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까만 몸으로 어두운 것에 숨어있으면 콧수염이 하얗게 빛날 것이니 쥐는 이 흰 것이 차가운 빵이라고 생각해서 나의 입 위로 올 것입니다. 그러면 한 입에 쥐를 먹을 수가 있습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다.
염라대왕이 기가 막혀서 손을 흔들자 아내는 새까만 고양이가 되어서 인간 세상에 다시 태어났다.(민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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