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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수수께끼/역사의 수수께끼

시바의 여왕 이야기

간천(澗泉) naganchun 2011. 2. 26. 04:41

 

시바의 여왕 이야기

 

 

구약성서 열왕기 상 10장에는 <스바의 여왕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말미암아 솔로몬왕의 명성을 듣고 와서 어려운 문제로 그를 시험하고자 하여 예루살렘에 이르니 수행하는 자가 매우 많고 향품과 심히 많은 금과 보석을 낙타에 실었더라. 그가 솔로몬에 나아와 자기 마음에 있는 것을 다 말함에 솔로몬이 그가 묻는 말에 다 대답하였으니 왕이 알지 못하여 대답하지 못한 것이 하나도 없더라.>라 하여 시바 여왕이 솔로몬 왕을 찾아온 대목이 있다. 시바의 여왕은 많은 보물을 가지고 아라비아 대 사막을 3개월이나 걸려서 건너 예루살렘에 온 이야기이다. 시바의 여왕은 절대적인 권력을 세계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한 뛰어난 현자의 명성을 떨친 솔로몬 왕이 과연 지혜로운 왕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하여 긴 여행을 한 것이었다.

 

1. 시바(Sheba)의 여왕의 선물

 

시바의 여왕이 가지고 온 선물은 약 2톤에 이르는 황금과 마노(瑪瑙), 에메랄드, 카넷트, 호박(琥珀) 등으로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한꺼번에 들어온 양으로서는 최대의 향신료의 산이었다. 사막을 건너는 낙타는 한 줄로 가기 때문에 선물을 싣고 시바 여왕의 궁전에서 낙타가 처음 출발하여 마지막 출발할 때까지 3일이나 걸렸다 한다. 아마도 수 백 마리의 낙타가 동원된 것일 것이다.

향신료 중에는 엄청나게 고가인 유향(乳香)이라는 희귀한 향료도 들어있었다. 유향이란 유향수를 잘라낸 자리에서 나온 수액의 결정체로서 아름다운 은색을 띠고 있고, 태우면 대단히 매혹적인 향기가 나는 최고급의 향료로 황금보다 더한 것이다. 로마 시대에는 신들의 식물이라 일컬어져서 진귀하게 여겼고 신전 안에서 태우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시바의 여왕은 이러한 여러 가지 보석과 최고급의 유향을 선물로 가지고 아득히 먼 곳에서 솔로몬 왕을 만나서 그 왕의 지혜를 시험하기 위하여 예루살렘으로 찾아온 것이다.

죽음의 사막을 몇 개나 넘어서 이제 막 여왕 일행은 예루살렘에 도착하려 하고 있다. 저쪽으로 예루살렘의 훌륭한 성벽과 무수한 누각이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이윽고 거대한 성문을 들어서자 긴 고난의 여행은 끝나고 이제 막 예루살렘에 도착한 것이다.

 

2. 시바의 여왕의 수수께끼

 

궁전에서 하루를 지낸 여왕 일행은 궁전의 화려함에 압도되어 숨을 죽였다. 번쩍이는 수정으로 만든 장막을 지나자 여기는 넓은 알현실이다. 시바의 여왕은 마침내 여기서 솔로몬 왕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윽고 솔로몬 왕을 알현할 시간이 왔다.

처음으로 보는 왕의 눈동자는 검고, 눈썹은 길며 텁수룩한 수염은 위엄에 차 있고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고 있다. 그리고 왕은 일곱 단의 가장 높은 자리에 놓인 옥좌에 앉는다. 그 옥좌는 상아와 황금으로 만들어졌는데, 여기 저기 커다란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 되어 있다.

옥좌에 조용히 좌정하는 왕의 모습은 과연 세계의 왕에 걸맞은 당당함과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단 옆으로는 독수리나 사자, 코뿔소 같은 새와 동물의 형상을 한 상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가장 위에는 눈부신 황금의 날개를 편 공작 상이 놓여있다.

 

 

 

솔로몬을 만나는 시바의 여왕

 

솔로몬 왕 앞에 나선 시바의 여왕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말을 하였다.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여왕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대왕이시여, 저는 대왕께서 무척 현명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겠습니다. 만일 그것을 알아맞히신다면 왕께서는 소문 그대로 현자이심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맞히지 못하신다면 대왕은 보통 남자와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솔로몬 왕은 여왕에게 수수께끼를 내보라고 말했다.

여왕이 첫째 수수께끼를 낸다.

  "나무로 만든 샘 속에서 쇠로 된 통이 돌을 퍼내기 시작하면 물이 흐릅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화장 상자요. 나무로 만든 화장 상자 속에서 조그만 쇠 수저로 눈 화장하는 돌가루를 퍼내어 눈꺼풀에 문질러 바르면 눈물이 흐릅니다."

  여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둘째 수수께끼를 내었다.

  "흙 속에서 나와서 먼지를 먹고 반죽같이 되어 집안을 엿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그것은 집을 지을 때 바르는 안료라는 것이오."

여왕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마지막 수수께끼를 내었다.

  "갈대처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가 바람이 불면 좌우로 흔들리며 크게 울부짖습니다. 부자에게는 명예를, 가난한 사람에게는 수치심을, 죽은 사람에게는 장식이며 살아있는 자에게는 고통이 됩니다. 그것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아마(亞麻)가 아닌가요. 들판에서 자랄 때는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다가, 돛에 달면 바닷바람에 포효하듯 울부짖고, 좋은 옷을 입은 부자는 으스대며 자랑하고, 누더기를 입은 가난한 사람은 부끄러워하며, 아마로 짠 삼베옷을 입혀 죽은 자를 감고, 아마 풀을 꼬아 교수대의 밧줄로 쓴다면 교수대에서 죽음을 당하게 될 사람에겐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지요."

솔로몬 왕의 대답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여왕은 그 지혜로움에 감탄했다.

 "저는 지금까지는 대왕님만큼 지혜로운 사람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대왕님은 역시 이 세상을 다스릴 만하십니다."

솔로몬 왕은 옥좌에서 내려와서 웃음 지으며 여왕에게로 다가가서 여왕의 손을 잡고 위로와 환대의 말을 하였다. 그 순간 긴장과 정적으로 감싸였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솔로몬 왕이 내미는 손을 잡고 홍조 띤 여왕을 보며 몇 백 명의 왕비 측실 사이에 웃음 섞인 수근기림이 새어 나왔다.

  솔로몬 왕은 시바의 여왕을 궁전으로 안내했다. 궁전의 성스럽고 호화로운 광경을 보고 시바의 여왕은 다시 한 번 솔로몬 왕에게 찬사를 드렸다. 그리고 가지고 온 보물을 주저하지 않고 솔로몬 왕께 헌상했다.

한편 솔로몬 왕은 시바의 여왕에게 풍부하게 선물을 하고 여왕이 원하는 바를 다 들어주었다. 그리하여 수 주간 체재한 후 여왕과 그 일행은 사막을 건너서 귀국 길에 올랐다.

 

3, 시바라는 나라는 어디에 있었는가

 

이것은 기원전 1천년 정도 전 곧 약 3 천 년 전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구약성서 열왕기상 10장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세계의 위대한 솔로몬 왕과 사막을 건너 온 시바의 여왕이 만나서 수수께끼로 지혜를 시험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다른 어떤 기록에도 시바의 여왕에 대한 기록은 찾을 길 없다. 오리엔트 지방의 수 백 개가 넘는 비석에도 시바의 여왕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솔로몬 왕과 만났다는 시바의 여왕은 실재했던 인물인가? 만일 실재했었다면 시바의 여왕의 나라는 어디인가?

 

시바라는 나라의 실재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곧 시바는 남사우디아라비아의 예맨 지방에 있었다는 설. 북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지방에 있었다는 설, 또 중동의 페르시아 지방이라는 설, 그 중에는 고로모(마다가스칼 섬 서쪽에 위치한다)에 있었다는 설 등이다. 또 원래 시바 여왕은 실재하지 않고 성서에 가공된 인물이라는 설도 있으니까 어디까지 믿어서 좋을 것인지 모른다.

 

시바 여왕이 대량으로 가지고 갔었던 마노(瑪瑙), 에메랄드, 호박(琥珀) 등의 보석류는 주로 아프리카 동부의 에티오피아에서 채취되고, 남 아라비아에서는 산출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향(乳香)을 산출하는 유향수(乳香樹)는 사막을 건넌 동쪽의 오만의 산에 자생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로 인하여 시바 나라가 어디에 있었는지 추측하는 데에 애매하게 한 것이다.

 

예맨이었는가?

아라비아 북서부에는 미디안 이라는 지방이 있고 고대 오아시스 도시가 무수히 점재했던 장소인. 크라이야, 다이마, 알우라 라는 유적에서는 아름다운 도자기를 비롯하여 여러 가지가 출토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일찍이 사막의 카라반 교역 거점으로서 번영했던 시기가 있었다. 도자기의 양식은 오랜 것으로는 기원 전 17세기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렇다면 시바 여왕이란 이 예맨 지방 전체를 장악하고 있던 여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남 아라비아의 예맨 지방에는 사막에 묻힌 유적이 다수 있는데, 그것들은 일찍이 고도의 문명을 가진 고대도시였다. 거기에는 샤브와, 디무나, 마아리브, 시루와 라는 고대의 유적이 연이어 있다. 이것들은 향료로드라고 불리는 향신료 등의 사치품을 운반하는 카라반 루트로 이어졌었다. 당시 카라반이 그들 도시를 지나려면 통행세를 물어야 한다. 이것을 아깝게 여겨 다른 루트를 택하거나 하면 위반자는 왕명에 의하여 사형에 처했다 한다. 그 중에서도 아마리브의 유적에는 놀라울 만큼의 유적이 무수히 있어서 아라비아에서도 최대급의 유적지의 하나이다. 주목되는 것은 거대한 댐 유적과 달의 신전이라 칭하는 유적이다.

댐은 기원 전 6백년쯤에 완성되었는데, 폭이 680미터나 되는 거대한 것이었다. 이 고대의 댐은 대량으로 흐르는 물길을 돌려서 남북으로 운하에 보내고 그물눈처럼 경작지로 물을 분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곧 아마리브에는 당시 세계 굴지의 고도의 기술을 가진 관개시스템이 존재했던 것이다.

 

향료 루트의 최종 거점이라고 하는 시와르는 아마리브에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유적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높이 솟은 성벽에 거대한 신전 유적도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시와르가 시바 여왕의 조국 수도였지 않은가 하는 말이 많은 것은 확실하다. 과연 시바 여왕은 아마리브와 시와르 두 도시를 수도로 하여 번영했던 것일까. 아쉽게도 현재 이 지방은 정정이 불안해서 발굴 조사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에티오피아였는가?

시바 여왕은 솔로몬 왕이 지자로서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하여 수수께끼를 준비하고 여행을 하여 찾아 왔다고 한다. 그러면 단지 수수께끼만을 위하여 찾아간 것일까. 구약성서에서는 그 부분은 확실히 지혜를 겨루기 위해서라고 하고 있으나 실은 여왕 일행은 교역을 위하여 찾아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 홍해를 사이에 둔 아프리카 서안의 산간부에 위치하는 성도 아구스므에서는 지금도 에티오피아 사람 대다수가 이곳이 시바 여왕이 군림했던 곳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이 도시에는 오랜 전설이 전해진다.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옛날 아구스므 도시 전체를 공포의 도시로 만들었던 한 마리의 대사(大蛇)가 있었다. 사람들은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가축을 희생으로 바쳤었다. 그럴 때에 마게다라는 한 사람의 미인이 나타나서 태연하게 대사에 접근하여 순간 목을 베고 말았다 한다. 주민들은 열광하여 그녀를 왕으로 추대했다. 이것이 시바 여왕이다. 여왕은 얼마 없어 예루살렘으로 여행하여 솔로몬 왕과의 사이에 아들을 얻게 되었다.

이윽고 태어난 아들이 성년이 되자 메네리구라 이름하고 다시 예루살렘에 가서 아버지인 솔로몬 왕을 만나고 신과 공모하여 계약의 상자(모세의 십계명 석판이 담긴 상자)를 훔치고 나온 것이다. 솔로몬은 크게 걱정하여 뒤를 쫓았으나 훔친 자가 아들이었으므로 하는 수 없이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다.

 

계약의 상자를 가지고 온 메네리구는 시바 여왕과 주민의 축복을 받았다. 이 날을 경계로 하여 신은 예루살렘을 버리고 에티오피아로 옮아 왔다. 이런 까닭으로 아구스므는 성도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그 후 지금까지 이 도시에서는 11월 하순이 되면 이 날을 축하하는 행사가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 전설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일까. 사실에 근거한 것인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구스므의 유적에는 시바 여왕의 신전이라고 생각되는 100실 이상의 방을 가진 거대한 궁전 유적이나 부서진 석주(石柱)가 다수 점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고대의 아라비아어라고 할 수 있는 문자가 새겨진 석판(石版) 등도 발견되고 있고, 아라비아와 에티오피아와의 연결 관계를 나타내는 증거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아구스므의 유적은 발굴하기 시작했을 뿐이므로 사실이 밝혀지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처럼 시바 여왕의 전설은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로 오래 남아 우리를 매혹시킬 것이다. 3천 년이 지난 오늘도 시바 여왕은 우리들에게 풀지 못할 수수께끼를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