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단상/월요단상

족집게 도사가 따로 없다

간천(澗泉) naganchun 2012. 10. 22. 05:08

족집게 도사가 따로 없다

 

 

요즘 심리 상담을 배우는 과정에서 임상실습으로 ‘인터넷 상담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해당 상담 사이트에 올라오는 인터넷 상담 사례에 대하여 임상 실습자들에게 배분된 사례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여러 시간에 걸쳐서 최고급 심리상담 교수가 슈퍼바이저(감독)가 되어서 소그룹별로 슈퍼비전이라는 분석토론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번 달에는 내가 우리 그룹의 사례발표자가 되었다. 인터넷 상담을 올린 사례에 대하여 내가 응답한 내용을 가지고 그룹원 7명과 담당교수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분석을 하게 된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담자의 의견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형성하고 있는지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여 분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실제 상담의 이모저모를 체득하게 되는 것이리라.

 

인터넷 상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는 상담을 의뢰한 의뢰자의 내용을 읽어보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주려고 애를 쓴 것 같다. 산후우울증을 호소한 내용이었는데 나는 산후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랍시고 1, 2, 3,, 이러면서 길게 5가지에 대한 팁과 그 내용에 대한 기다란 해석을 덧붙여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한다고 한 것 같다. A4용지 1장 정도만 답하면 되는 것을 굵은 글씨체로 4장이나 답했으니 참석한 그룹원들도 모두 질려하는 것 같았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그러나 웬걸...

 

너무 지시형이고 티칭형이라는 지적. 이런 내용을 읽노라면 짜증이 날 것 같다. 의뢰자가 원하는 답이 아닌 듯하다. 의뢰자의 내용에 충분한 공감형성이 되어 있지 않다. 상담자 자신의 신분이 노출된 글이 되고 있다. 글이 너무 길다. 짧게 간결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긴 문장으로 인하여 전하고자 하는 요점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 재미없다. 의뢰자에게 주입시키려하고 자꾸 우울증을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인해서 더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다.

성의는 느껴지지만 상담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의뢰자가 힘들어하면 ‘너무 이것저것 다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요!“라고 해주고, 힘을 빼게 해주고 육아와 가사를 동시에 다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지를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았다.

 

그리고 요즘 대세인 ‘강남스타일’ 노래처럼 상담자의 답 글에서는 상담자 자신의 삶의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강하게 지적받았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혼자 끙끙거리며 이겨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 자꾸 자기 내면에 이야기를 하듯 힘내라! 라고 강요를 한다는 점, 너무 원리원칙에 따라 재미없게 사는 것 같다는 등 등등

뜨끔했다. 그 8명이 모인 자리에서 모든 것이 까발려진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왠지 시원한 느낌도 들었다. 내가 치유가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상담과정을 배우는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보다는 내 자신에 대해서 몰랐거나 자각하지 못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이다. 주변에서는 그런다. 뭐 남의 그 힘든 이야기 주절이주절이 다 들어주고 그러냐고. 자기 살기도 바쁜데! 그 말도 맞다. 나 챙기면서 살기도 바쁜데 이러는 것은 나눔과 배움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심리상담사들은 족집게 도사 그 이상으로 사람에 대해 도사들이다.(ej)

'단상 > 월요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근시간에 서행해서 죄송합니다  (0) 2012.11.05
제품과 작품   (0) 2012.10.29
아테네인과 스파르타인  (0) 2012.10.15
거울과 유리창  (0) 2012.10.08
나라 사랑하는 마음  (0) 2012.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