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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출근시간에 서행해서 죄송합니다

간천(澗泉) naganchun 2012. 11. 5. 04:50

출근시간에 서행해서 죄송합니다

 

 

 

“출근시간에 서행해서 죄송합니다!”

아침 출근시간대 사당역 4호선에서 나온 기관사의 멘트다.

 

요즘 색다르고 재미난 차내 방송으로 기관사들의 고객 서비스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다는 보도를 많이 접했지만 내가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UN경영으로 유명한 미국의 저가항공사 ‘사우스웨스트사’의 예가 있다.

“이 비행기는 방금 전 00 공항을 이륙하여 고도 몇 천 피트로 비행하고 있습니다. 좌석벨트 사인이 꺼지기 까지 안전을 위해 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담배를 피우고 싶으신 분은 밖으로 나가서 피고 들어오시기 바랍니다.” 라는 식의 조종사의 멘트다.

 

미국식 유머여서 금방 ‘피식’하고 웃음이 쏟아지지는 않는다. 비행중인 비행기에서 어떻게 문을 열고 나간다는 말인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미소가 번지게 된다.

 

아침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대에는 배치 간격도 좁고 해서 환승역이 가까운 구간에서는 앞 전동차와 뒤차와의 간격이 좁혀져서 뒤차는 앞차가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동안 전 구간에서 잠시 서행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습관상 서두르게 되는 지하철 내 승객들에게 동동거림을 방지하기 위하여 미리 안내멘트를 한 것이다.

 

역에 도착하면서는 이런 멘트가 나왔다.

“2호선으로 갈아타실 수 있는 사당역입니다. 내리실 시간을 여유롭게 드리오니 서두르지 마시고 천천히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자상하다. 고맙다. 웃기려고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훈훈한 배려의 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지하철이나 기차를 타면 안내방송이 이상한 울리는 음성으로 들려서 우주선에 탄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지곤 했는데.

기관사들의 마이크에 대고 하는 습성이 느껴지지 않고 이웃집 아저씨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상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목소리가 더 편안하게 하는 것이었다.

 

감격이다.

살아있다. 모두 움직이고 있다. 어디로? 선을 향해서.

좋은 방향을 향해서 부지런히 나아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매일 여기저기서 배우고 느낀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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