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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아테네인과 스파르타인

간천(澗泉) naganchun 2012. 10. 15. 04:37

 

아테네인과 스파르타인

 

 

 

 

그리스의 노천극장에서 국경일 기념 연극이 공연되게 되었다. 어느 노인이 극장 안으로 들어섰다. 극장 안은 연극을 보려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노인은 연극이 시작하기 직전에 늦게 들어와 앉을만한 자리를 찾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노인이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극장을 꽉 메운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노인에게 자리 좀 양보하지...”

“노인에게 자리 양보하면 좋을텐데,..”

“노인에게 자리 양보 안하고 뭐 하냐,,” 하고.

작게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던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인에게 자리를 양보 합시다.”하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소리만 무성할 뿐이었다.

 

아테네인들이 앉게 지정된 좌석 쪽에 빈자리가 없자 하는 수 없이 노인은 외국인전용 공간으로 이동을 했다. 그곳에는 스파르타인들이 앉아 있었다. 노인이 스파르타인들이 앉아있는 공간으로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서 스파르타인들이 일어서며

“자, 여기 앉으세요.”하며 모두들 자리를 양보하고자 하는 제스쳐가 돋보였다. 노인은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양보한 사람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극장 내에는 일제히 박수소리가 났다. 박수소리가 잦아들자 노인이 조용히 일어서서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인들도 선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파르타인들은 그 선을 알뿐만 아니라 실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라고.

 

나는 스파르타인일까 아테네인에 가까울까? 생각을 해 본다.

선을 실천한다는 것은 자기희생, 헌신이 따른다. 그것을 각오하고 작정해야 이루어지는 것이 선이다. 그리고 선을 베푼다는 것은 그것을 베푼 줄을 자신이 느끼지 않아야 한다. 잊어버려야 한다. 의식하지 않아야 한다. 자기 자랑을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답을 바라지 말아야 하는 것이 선을 실천한다는 것인데...

선을 알기만 하고 남이 선을 베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아테네인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닐까.

 

그 경직되고 강한 이미지로 남아있던 스파르타인들에게 그런 믿음직한 속성이 있었다는 것을 이 이야기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정말 뭐든지 화끈한 사람들이었나 보다. 스파르타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려 한다. 그들은 직통의 사람들이었던 듯하다.

우회하고 은유하고 비유하고 그러는 것이 체질에 맞지 않는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사고가 이루어지고 옳다고 생각되는 일은 서슴없이 실행하는, 그리고는 아무것도 아닌 양 다시 털털해지는 그런 사람들이었나 보다.

 

스파르타인에게서 느껴졌던 강직한 느낌에서 그렇게 부드러운 힘이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 이해된다. 온유한 척 고상한 척 하는 모습 안에 도사린 왜곡된 본성, 이기적인 본성, 굳은 사고방식, 차별의식, 위선을 칭칭 동여매느라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투명하게 그리 마음을 유리처럼 닦아야 하겠다. 스파르타인들의 훈련은 몸 단련을 넘어서 마음수련까지 통합적으로 이루어내고자 했던 것이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참 멋진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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