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에 대한 추억
여름이나 겨울 방학이 되면 시골 외갓집에 자주 갔다. 나는 유독 유년시절을 외갓집에서 지냈다.
농가개량으로 스레트를 올려 새집이 된 외갓집. 부엌에서는 나무로 불을 떼서 밥을 짓고 부엌 앞에는 바로 우물이 있었다. 화장실은 집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다.
소가 있는 외양간도 있었고 텃밭도 있었고...
작은 언니는 그 동네 또래 언니친구들과 집집이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하고 놀았는데 놀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올 때 나를 등에 업고 밤길을 걸어 집으로 오곤 했다. 나는 언니 등에 딱 달라붙어서 뒤에서 누가 뒤따라오지 않나 무서워하면서도 연신 ‘어디까지 왔어? 다 왔어?“ 하고 물어보던 기억이 난다.
언니는 친구들과 놀면서 노래도 가르쳐 주고 동네 성당에 가서 외국인 신부님이 영화 이야기를 함께 듣기도 하고, 중학생 언니오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며 지냈다.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가기도 하고 밭에 가서 채소를 따오기도 하고 잡초를 뜯기도 하고. 바다에 가서 해초를 뜯기도 했다.
트로트 노래나 그 시대 유행가를 시종일관 틀어대는 덜커덩 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집으로 가는 길에서 보았던 마을 마을의 풍경들.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 시골 장터의 모습. 시골 친척집의 제사 풍경과 시골 잔칫날 이런 저런 준비하는 풍경들.
그 모든 시간들. 눈물겹도록 소중한 기억들. 사랑하는 언니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련한 추억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아 그리운 시절이여! <ej>
'단상 > 월요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化)하다 (0) | 2012.07.09 |
---|---|
비(雨)가 오시다! (0) | 2012.07.02 |
‘사람을 위한 로봇 개발’ 어디까지 (0) | 2012.06.18 |
‘길’과 ‘걷기’ (0) | 2012.06.11 |
나무들은 다 어디로 가나 (0) | 2012.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