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와 외장하드 ‘소이’
기업처럼 큰 곳에서는 기업의 다양한 정보를 저장해두고 꺼내 쓸 수 있는 ‘서버’라는 장치가 있고, 서버구축이 어려운 작은 곳이나 개인에게도 다량의 정보를 축적하고 분석하고 연결해주는 각종 저장 장치들이 있어서 활용되고 있다.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언제 어디서든 접속하면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도움이 되게 하는 서비스들도 등장하고 있다.
‘노우 하우’에서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는 ‘노우 웨어’ 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이 인터넷 세상의 키 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 초기 세종시대에도 그와 같은 ‘막강한 저장장치’가 있었다고?
SBS의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는 ‘소이’라는 나인이 나온다. 그녀는 세종의 한글 창제 프로젝트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임무를 담당한 여인이다.
그녀가 바로 조선 시대판 ‘외장하드’ 저장장치이다. ‘서버’다. ‘초능력 컴퓨터’다.
무엇이든 필요한 때에 필요한 형식으로 그녀를 통하여 입력되고 출력된다.
소설로서 허구라고는 하지만 이런 상상이 너무도 기발하다.
요즘 나는 세종대왕과 그의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그 옛날 사람들에게 가끔 말을 건다.
“보세요, 이렇게 멎지게 쓰이고 발달하고 있습니다요!” 라고.
한글을 만들 생각을 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을 하고 연구를 거듭하여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집념도 매우 소중한 역사적 유산이지만, 그것을 퍼트리기 위한 과정과 의문과 반목과 배격과 암암리에 사용되고 유포된 이 창조물에 대한 호기심에 고등학교시절 국어와 고문 참고서를 뒤적이고 싶어진다. 누구나 알고 싶어하지 않거나 뒤에 감추어진 사소하고 미묘한 진실을 ‘디테일’이라고 한다면 그 역사적 구석 구석 깃든 심정(心情)들이 궁금하다.
세종대왕이 저작권 신청을 했더라면 그는 억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저작권 사용기간이 몇 십년이 지나면 FREE, 무료가 되겠지만, 그 후손들이 자꾸 조금씩 새로움을 추가하여 거듭 거듭 저작권 신청을 지속 유지해 나간다면 우리 모두는 이 글을 이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그에 따른 사회악도 발생할 것이다. 특권층의 전유물로 되어버려 한글로부터 소외되어 어떤 세상이 펼쳐질 지 자못 궁금하기도 하다. ‘뿌리깊은 나무’의 원작자 ‘이정명’ 님 께서도 나의 이런 생각에 살을 붙여서 다시 새로운 팩션을 구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글 반포, 유포 후 지금과는 달리 펼쳐져버리게 될 또 다른 가상의 세상을 말이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린 어여쁜 여인이 나오는 드라마와 모든 것을 보면 기억해버리고 뇌 속에 영원이 저장시켜버리는 ‘소이’ 가 나오는 드라마가 동시에 방송되고 있는 지금.
잊어버려서 괴롭고 저장할 수 있어서 유용한 업적을 이루어 좋으나 잊고 싶은 것마저 잊혀지지 않아 괴로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울러 살아보지 못한 그 역사 속 진실들이 몹시도 궁금하다.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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