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신화 . 전설/소설 길가메시서사시

제18장=고난의 여로

간천(澗泉) naganchun 2017. 6. 25. 04:54




18=고난의 여로


현자 제우스트라가 사는 땅으로의 노정은 한 없이 멀고 위험한 것이었다. 길가메시는 며칠간이나 초원을 방황하였다. 걸으면서 자신의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었다. <나도 엔기두처럼 죽는 것은 아닌가. 죽음의 공포가, 슬픔이, 나의 몸에 밀려들어온다. 일각이라도 빨리 제우스트라를 만나야 한다.> 하고 길가메시는 독백하면서 제우스트라가 사는 땅을 향하여 걸었다. 날이 저무는 것이 빨랐다. 밤이 되어 산 협곡에 닿았을 때의 일이다. 전방에 사자의 무리가 길가메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수의 많음에 길가메시는 놀랐다. 길가메시는 달의 신 신에게 <달의 신이시여, 나를 지켜주세요.>하고 기도했다. 길가메시의 기도는 통하였다. 달의 신인 신이 길가메시에게 용기를 주었다. 길가메시는 바른 손에 도끼를 들고 왼 손에 검을 들어서 화살처럼 사자의 무리를 향해 달려갔다. 떼를 지어 달려오는 사자를 길가메시는 종횡무진으로 잘라내었다. 사자의 무리가 점차 적어졌다. 땀이 길가메시의 몸을 폭포수처럼 흘렀다. 마침내 길가메시는 사자의 무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퇴치하였다. 길가메시는 몇 번이나 크게 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하였다. 몇 개의 산지를 가로 질러서 길가메시는 꾸준히 걸었다. 돌연 길가메시 앞에 큰 바다가 나타났다. 폭풍의 바다라 불리어 뱃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바다이다. 그런 바다를 작은 배로 출발하였다. 수많은 시간을 길가메시는 거친 바다를 표류하였다. 먹을 것이 없어지고 길가메시는 자신의 몸에 걸치고 있던 모피를 잘라내어 모피의 뒤에 감추어진 고기를 먹었다. 그런 모습을 천상에서 보고 있던 태양신 샤마슈가 길가메시에게 소리 질렀다. <길가메시여, 어디까지 방황할 것인가. 네가 구하고 있는 영원한 생명은 이 지상에는 없다. 신들이 인간을 창조하였을 때부터 인간에게는 죽음이 정해진 것이었다. 길가메시여 너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밤낮으로 즐기고 청결한 옷을 입고 몸을 씻으면 좋다. 너의 손에 잡히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슴에 안기는 아내를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길가메시가 천상을 우러러보고 답하였다. <나는 그런 기쁨을 구하고 있지 않다. 태양신 샤마슈이시여, 나에게 빛을 주시오. 이 눈에 태양을 주시오. 빛이 있는 곳엔 어둠이 사라져요. 어둠의 죽음마저 죽게 하는 힘을 가진 태양신 샤마슈이시여, 그 빛을 나에게 주시오.> 태양신 샤마슈의 충고를 무시하고 거친 바다를 넘어서 간신히 길가메시는 자그만 마을에 도착하였다. 아득히 주막의 불빛이 길가메시의 눈에 비치었다. 길가메시는 주막을 향하여 걸어갔다. 주막의 여주인 시두리는 자신의 주막을 향하여 걸어오는 큰 남자를 보았다. 그 얼굴은 무서울 정도로 야위었고 눈만 반짝였다. 그 전신은 짐승의 가죽으로 싸여있고 게다가 커다란 무기를 몇 가지나 가지고 있었다. 여주인 시두리는 살인자가 왔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가게 문을 닫고 안에서 잘 잠갔다. 길가메시가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그 힘으로 문이 부서질 정도로 흔들렸다. <누구십니까.> 하고 여주인 사두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나의 이름은 우루쿠의 왕 길가메시이다. 신들이 창조한 훈바바와 천우를 쓰러뜨린 용자이다. 지금 다시 많은 산에 사는 짐승들을 죽이고 죽음의 바다를 건너서 왔다. 어떤 문이라도 두들겨 부술 수가 있다.> <그런 용자이신 왕이 여기에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까> 하고 여주인 시두리는 떨리는 소리로 말하였다. 길가메시는 벗인 엔기두의 죽음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찾아서 제우스트라가 사는 땅에 가는 도중이라는 것을 말하였다. 그 말을 들은 주막 여주인 시두리는 문 밖으로 향하여 영원한 생명이란 없다는 것을 길가메시에게 깨우쳤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서 길가메시의 여행은 그 행정의 절반도 가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