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단상/월요단상

누구 못지않은 커리어우먼 ; 해녀

간천(澗泉) naganchun 2013. 10. 28. 04:34

누구 못지않은 커리어우먼 ; 해녀

 

 

 

검정 고무 슈트로 온 몸을 두르고 타원형의 커다란 물안경으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인.

저 아랍의 여인들이 베일로 자신의 존재를 가리면 가릴수록 그 존재감 속으로 관심이 빨려들어 가듯이, 해녀들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만큼 그들의 가치는 더욱 뚜렷해진다.

해녀. 그녀들은 바다 속으로 숨을 참고 들어가서는 한 번에 조금씩 여러 번에 걸쳐서 바다의 산물을 캐서 나오는 탐험가들이다. 운반가들이다. 바다에서 육지로 옮겨놓아 그 산물의 가치를 높인다. 그녀들은 바다 속에서 돈을 캐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해녀들을 많이 보아왔다. 제주도의 해녀는 유명하다. 해녀들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물질을 한다고 하지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녀들은 물질이 습관이다. 물질도 몸에 베면 안 들어가면 갑갑해지는 그런 버릇 혹은 인이 베기는 뭔가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냥 습관으로 말해버리기에는 너무도 장엄한 삶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숨의 길이를 조금씩 소진해가면서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그러면 가족들은 밥을 먹게 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해녀들은 물질로 인하여 많은 병을 안게 되기도 한다. 그래도 자신이 사퇴를 하지 않는 이상 정년은 없는 직업일 것이다. 매우 견고한 직업이다.

제주도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거의 해녀들이 산물을 캐 와서 다듬어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도록 시연하는 장터를 보았을 것이다. 해녀들은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아니 그 이상의 문화유산이다. 장난이 가미되지 않은 신중한 퍼포먼스이다. 행위예술이다.

 

최근에 끝난 일본 NHK방송의 아침 드라마 '아마짱'은 해녀들이 잠수하기에 북방한계인 이와테현이라는 곳에 사는 해녀들이 등장한다. 그녀들은 그 지역 부흥을 위해서 물질을 하는 한편에서 끈끈한 유대관계로 지역관광을 이끄는 선도자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 드라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18세의 히로인이다. 그녀는 할머니를 본받아 해녀가 된다. 어느 특정 지역을 주로 다루고 있는 드라마이지만 히로인을 통해서 이 드라마는 재미있는 트렌드 드라마로 자리매김한다. 그녀의 인기가 치솟아 이 지역의 명물은 더욱 유명해지고 지역부흥을 가져오고 있다고 한다. 이 부근은 지난 2011년 3월 11일의 쓰나미로 인한 재해지역이기도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도움만을 기다리거나 주저앉지 않고 자체적으로 지역 부흥을 위해 애쓰는 모습들도 그려진다. 그들은 습관처럼 말을 한다. 넘어져도 그냥은 안 일어난다. 돈을 받고서야 일어나준다고 하는 고집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이다.

우리나라의 해녀는 제주도는 물론 해안 지역이면 다양하게 존재한다. 주문진 지역에서도 해녀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울릉도에도 해녀들이 있다. 물질을 하는 것은 일 년 365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은 밭을 일군다거나 별도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 겸업을 하는 셈이다. 기온 때문이다. 생활력이 매우 강하다.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각각의 이유가 있지만 바다 속에 들어가면 일단 자신의 능력 여하에 따라 산물을 캘 수 있기 때문에 바다 속은 금맥이나 다름이 없다.

 

'해녀'

그녀들의 온 몸을 바쳐서 끓임 없이 바다 속으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들어가는 숙명 같은 진지함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정말로 해녀에 담긴 그 절실한 '얼'을 너무 과소평가해온 것은 아닌가? 해녀 스스로도 자신들의 삶의 가치에 한계를 두고 그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한 여인네의 희생정도로 치부해오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즉, 지금 이 시대에 재인식되어져야 할 삶의 모습들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