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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97화. 설결이 포의자를 만나다(내편 응제왕)

간천(澗泉) naganchun 2010. 1. 18. 07:23

제 97화. 설결이 포의자를 만나다(내편 응제왕)

 

  설결이 왕예에게 네 번 물어도 네 번 모두 모른다고 했다. 설결이 이에 뛰어오를 듯이 기뻐하며 포의자(蒲衣子)에게 좇아가서 말하였다. 포의자가 설결의 말을 듣고 “자네는 이제야 깨달았는가? 유우씨(有虞氏=舜)는 태씨(泰氏)에 미치지 못한다. 유우씨에게는 자기가 인정(仁政)을 베풀어 민심을 잡으려는 작위의 마음이 있다. 그러한 작위가 있는 한 아직 무아의 사랑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 태씨에게는 작위가 없다. 그러니 그 잠자리가 느긋할 뿐 아니라 깨어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자신이 제왕이라는 것도 잊고 누가 자기를 말로 여기든 소로 여기든 개의치 않는다. 그의 앎과 덕은 그야말로 참되고 거짓이 없어 자연과 하나가 되면서도 그것이 실은 자연이라는 것마저도 이식하지 않는 것이다.”(내편 응제왕)

 

순임금은 요임금을 계승한 성천자로서 인정(仁政)을 베풀어 높은 평판을 받고 있지만, 태고의 제왕인 태씨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태씨란 중국 고대의 전설적 제왕인데, 일설에는 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를 말한다고도 한다. 이 태씨에게는 작위가 없고 그의 앎과 덕은 참되고 거짓이 없으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 무위의 정치를 한 사람이다. 그런데 순임금은 의식적으로 계산된 인위의 정치를 하여 인정을 베풀고 민심을 얻기는 하였으나, 무아의 절대적인 사랑을 베풀지는 못하였으므로 태씨에는 미치지 못한다 함이다. 장자가 말하고자 하는 지인, 진인, 절대자란 인간의 세계를 초월한 우주 밖에서 노닐면서도 우주 밖의 세계에 집착하지 않고 인간의 세계에 함께 있고, 세속을 초월하면서도 세속에서 노니는 자유를 지닌 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포의자야말로 그러한 경지에 이른 묘고야산의 신인이라고 강조하고자함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