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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98화. 진인은 도를 스승 삼고 도와 하나가 된다 (내편 대종사)

간천(澗泉) naganchun 2010. 1. 21. 03:47

 

제98화. 진인은 도를 스승 삼고 도와 하나가 된다 (내편 대종사)

 

  의의자(意而子)는 요(堯)한테서 가르침을 받았지만, 다시 허유의 가르침을 받고자 찾아뵈었다. 허유가 말하기를 “자네는 요한테서 무엇을 배웠는가?”하고 질문하였다.

  의의자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요는 나에게 말하기를 ‘너는 모름지기 인의를 몸소 극진히 행하고 시비를 분명히 말하라.’ 하고 가르치셨습니다.”

  이에 허유는 “그럼 자네는 무얼 하러 나에게로 왔는가? 저 요는 이미 자네의 이마에 인의의 문신을 새겨 넣었고, 시비라는 칼로써 네코를 깎아 버렸는데, 너를 또 어떻게 해서 저 자유롭고 거리낌 없는 큰 길로 인도할 수 있겠는가?”

  의의자가 말하기를 “비록 도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울타리 근처에서라도 노닐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이에 허유가 말하기를

“안 된다. 장님은 비록 앞에 미인이 서있을지라도 그 아름다움을 볼 수가 없고, 수놓은 비단을 들고 있어도 그 아름다움을 알 수가 없다. 자네는 이미 도와는 인연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말에 의의자는 말하였다.

“옛날의 미인인 무장(無莊)은 도를 들어서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잊었고, 거량(據梁)이라는 용자(勇者)는 도를 들어서 자기가 용자임을 잊었고, 황제라는 지자(智者)는 도를 들어서 자신이 지자임을 잊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도는 주물사와 같아서 모든 쇠붙이가 그의 손에 녹아버리는 것처럼, 모든 인간은 도에 의하여 도야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므로 저 자신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화신이 저의 이마에 새겨진 인의의 문신을 지우고, 잘린 코를 본대로 돌려서 육신이 온전한 몸으로 돌아와서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의자의 간곡한 말에 허유는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 수긍하고 도에 대하여 대강이라도 말하리라 하고는 말을 하였다.

“나의 스승인 도는, 나의 스승인 도는 만물을 제각기 좋아하는 대로 있게 하여 주고서도 의로움을 행하였다 하지 않고, 만세에 만물에게 무한한 혜택을 베풀어 주어서도 인을 베풀었다 하지 않으며, 천지가 개벽하기 이전부터 있으면서도 늙었노라 하지 않고, 하늘을 덮고 대지를 실어 삼라만상의 형상을 조각해내어서도 재주 있다고 하지 않는다. 대종사(도)를 스승삼아 이와 함께 노닐 뿐이다.”(내편 대종사)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의예악이나 시비선악이나 지혜로 분별하는 것 따위는 대자연의 이법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대자연의 이법인 무위자연의 도야말로 나의 큰 스승이며, 그 도를 스승으로 삼고 하나가 되어 함께 사는 것이 진인다운 모습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