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비교 예찬(禮讚)
우리 속담에 “제 멋에 산다.”는 말이 있으니 무엇은 낫고, 무엇은 못하다고 할 수는 없으리라. 아무 것도 모르고 제멋에 살 수 있는 일처럼 행복하고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알고 있긴 하되, 어설피 알고 있는 일처럼 불행을 초래하게 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일찍이 우리는 제멋에 살 수가 없어서 ‘엽전(葉錢)’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이는 우리 스스로를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비교되는, 일본인만 뛰어난 것처럼 생각한 데서 온 자학(自虐)의 말이었다.
나는 일본에 체류하는 동안 교포들에게서 ‘엽전(葉錢)’이라고 스스로를 비하하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그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려 애를 썼던 일들을 잊을 수 없다.
요즘 우리 한국인의 타고난 자질과 조상이 이루어 놓은 문화가 중흥의 물결을 타고 세계에 알려지면서 은근히 높은 긍지를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음에 가슴 뿌듯함을 느낀다. 젊은 세대에서는 자신에 넘치는 면모를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어 흔쾌하다. 아시아를 휩쓰는 한류 열풍의 주역들을 비롯하여 연예계의 젊은 별들, 영화 예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영화예술 창조의 주역들의 활동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으며, 최근 IT산업 부문에서는 이미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고 한다. 그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옛날 자신의 열등함을 우리에게 전가시켜 우리를 열등시해 온 일본인들은 오죽이나 했으면 단종론(斷種論)이 나오고, 일본어를 프랑스어로 대체시켜 로마자로 대용하자는 말까지 하는 자가 생겼겠는가?
먼저 체격으로 볼 때, 그들은 일본인들 자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런데 서양 학자들은 말하기를 한국인은 강건한 체구를 가지고 있어서 사지도 강하고 크며, 일본인이나 중국인보다 훨씬 세력이 있어 보이고, 용감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곧 한국인의 체격은 하지가 길고, 팔등신(八等身)에 해당하는 서구인에 근사하며, 목이 길고 척주 신전근(伸展筋)이 강해서 자세가 바르고, 스마트하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은 옛날 야요이(彌生) 시대부터 동체가 길고 단족(短足)한 체구였다고 한다. 일본이 국보로 자랑하는 호류사(法隆寺)에 소장되어 있는 백제관음(百濟觀音) 불상은 크기가 209센티나 되는 직립상(直立像)인데, 이것은 백제 사람이 조각한, 다리가 길고, 균형 잡힌 팔등신 불상이다. 이는 백제의 공장(工匠)이 당시 생존하고 있는 백제인의 체격을 본뜬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일본 헤이안조(平安朝)에 조각된 것으로 알려진 호케사(法華寺) 본존(本尊)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입상은 육등신(六等身)의 불상으로 당시 일본인의 체격을 본뜬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다리가 짧다. 동체가 길고 다리가 짧은 일본인의 체격에 대하여 학자 히구치(桶口淸之)(국학원대학 교수)는, 일본인은 곡식 민족이라서 육식 민족보다 배변량(排便量)이 많기 때문에 긴 장기(臟器)를 가져야 하며, 긴 장기를 몸속에 담아 넣고 있어야 하니 동체가 긴 체격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명한 NHK 해외 특파원인 이소무라(磯村尙德)는 여자의 체격 중 가장 자랑해야 할 각선(脚線)에 대하여 매우 비관적인(?) 표현을 하고 있다. 곧 “서면 신전(神殿)이고, 앉으면 세느(Seine 강)다.”라는 표현이다. 이는 일본 여성의 다리가 굵고 몽땅해서 서면 마치 그리스 신전의 기둥 같고, 여럿이 벤치에 앉아 다리를 붙이면 ‘센 강’이 흐르는 것 같다는 말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한국의 여성들이야 얼마나 그 각선미에 매력이 있으며, 남성들은 다리가 길어서 그 얼마나 활동적인가.
우리말에서 ‘단족(短足)하다.’는 말은 무능함을 뜻하기도 한다. 이 ‘단족한’ 일본 민족이 오늘과 같은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말의 표현은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이는 ‘기미 독립선언문’의 “신예(新銳)와 독창(獨創)으로써 세계 문화의 대조류에 기여(寄與) 보비(補裨)할 기연(機緣)을 유실(遺失)함이 무릇 기하(幾何)이뇨.”란 말 바로 그대로이다. 참으로 분통이 터지지 않고는 못 견딜 과거이다.
한편 일본 국어학자 긴다이치(金田一春彦)는 그의 저서 ≪일본어≫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이 같이 외국어(영어일 것이다.)를 공부한다면 한국인이 훨씬 낫고, 일본인은 뒤진다.” 고 말하고, 그 이유로, 일본어에는 모음의 수가 다섯 개밖에 없는데, 한국어에는 훨씬 많음을 지적하고 있다.
물론 꼬치꼬치 따지고 보면 상쇄되고 남을 것이 없을는지 모른다. 그리고 모두가 제멋에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적어도 생래적인 우리의 우수한 자질을 발전시키는 데 노력한다면 ‘동방의 등불’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엽전(葉錢)’이 아니다. 국제 사회에서 자신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
'단상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돈에 현혹 되지 않은 고고한 인격자 (0) | 2010.06.29 |
---|---|
4월을 맞으며 (0) | 2010.04.06 |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일들 (0) | 2009.11.16 |
가을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일들 (0) | 2009.10.09 |
전통과 이름 짓기 유감 (0) | 2009.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