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4. 묘고야산의 신인은 이슬을 마시고 산다.
견오(肩吾)가 접여(接輿)한테서 들은 말을 연숙(連叔)에게 전했다.
“묘고야라는 산에 신인이 사는데, 살결이 얼음이나 눈 같고, 부드럽기는 처녀와 같다. 오곡을 먹지 아니하고 바람을 빨아들이고 이슬을 마시며 산다. 구름을 타고 비룡을 부리면서 사해의 밖까지 노닐곤 한다. 그 정기가 모이면 만물이 병들지 않고, 그 해 곡식은 풍년이 든다고 하네. 나는 그 말이 하도 허황되어서 믿을 수가 없네.”
연숙이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장님은 채색을 보는데 상관이 없고, 귀머거리는 음악 소리에 상관이 없는 법이니, 어찌 우리의 형체에만 장님과 귀머거리가 있다고 할 것인가 ? 우리의 아는 것(知)에도 또한 그것이 있다고 했으니, 아마 그 말은 자네를 두고 한 말인 것 같으이... 그 사람의 그 덕은 장차 만물을 한 덩어리로 뭉칠 것이다. 온 세상이 그의 다스림을 바란다고 해서 어찌 허덕여 천하의 일로 일거리를 삼을 것인가 ? 천하의 아무 것도 그를 해치지는 못할 것일세. 큰물이 나서 하늘에 닿아도 그는 빠지지 않을 것이요, 큰 가물에 쇠나 돌이 녹고 흙이나 산이 타더라도 그는 뜨거워하지 않을 것일세. 이렇게 그는 그의 남은 찌꺼기나 티끌이나 때를 가지고라도 요(堯), 순(舜) 쯤은 만들어낼 것이니, 어찌 그가 천하를 다스리는 것을 일거리로 삼아 즐거워할 것인가 ?”고 했다.
(장자 내편 소요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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