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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1화 《장자》’라는 책

간천(澗泉) naganchun 2009. 7. 5. 05:35

<장자> 이야기, 백가지를 실으며

 

 《장자》란 고전은 꽤 이해하기 힘든 고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가 힘들다. 그 이유는 내용에 있어서 형이상학적인 동시에 표현에 있어서 장자 특유의 표현 방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장자》에는 우언, 중언, 치언이라는 장자 특유의 표현 방법을 써서 재미있는 우화와 엉뚱하다고 할 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것들은 역사적인 사실에서 재료를 얻기도 하지만 오로지 장자와 장자를 따르는 무리들의 창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간혹 그 서술의 의도를 잘 이해하지 않을 경우에는 역사적인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인식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장자의 이야기에는 《사기》에서 지적하는 바처럼 《장자》에는 당시 세상을 풍미하던 유가사상을 비판하고 노자를 비조로 하는 무위자연주의 사상 곧 도가의 사상이 우수함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이러한 점을 먼저 이해한다면 혼미를 일으키기 쉬운 《장자》를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는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장자》의 핵심이 되는 100 가지의 이야기를 11개로 크게 분류하여 싣기로 한다. 이야기 하나 하나(괄호 안은 출전)는 전후의 이야기와 반드시 연결되거나 상관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각 독립된 이야기이다. 또한 학문적인 천착은 뒤로 미루고 오로지 이야기라는 점에 치중하여 엮었으므로 한편 재미있기도 할 것이고, 한편 의아스러운 느낌도 들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점은 현명한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과 판단에 맡기고 싶다.

Ⅰ. <장자>를 읽기 전에 미리 알아둘 일들

제1화 <장자>란 책

제2화 선배인 노자와 공격 대상인 공자(사기 노장신한열전)

제3화 장자란 누구인가

제4화 장자와 맹자

제5화 장자가 살았던 시대 개관

제6화 병가의 사상

제7화 종횡가의 사상

        종횡가의 예화 1.오랑캐를 쳐야 한다(한비자 세난)

        종횡가의 예화 2.아들을 지혜롭다 하고, 이웃 아저씨를 의심했다(한비자 세난)

        종횡가의 예화 3.먹지 않고 남은 복숭아를 먹이다(한비가 세난)

제8화 법가의 주장

제9화 겸애설과 자애설

 

제1화 《장자》’라는 책

 

  《장자》는 노자의 《도덕경》과 더불어 도가 사상을 대표하는 고전이다.

오늘날 전해지는 《장자》라는 책은 33편으로 되어있다. 그 이전에는 훨씬 많은 양이었다고 하는데, 서기 4세기 무렵 서진(西晉) 시대의 곽상(郭象)이 장자의 중심 사상과의 연관성을 고려하여 재편집한 것이 오늘날 전하는 《장자》 33편이다.

 

그 내용은 내편(內篇)이 7편으로 소요유(逍遙遊), 제물론(齊物論), 양생주(養生主), 인간세(人間世), 덕충부(德充符), 대종사(大宗師), 응제왕(應帝王)이고, 외편(外篇)이 15편으로 변무(騈拇), 마제(馬蹄), 거협(胠篋), 재유(在宥), 천지(天地), 천도(天道), 천운(天運), 각의(刻意), 선성(繕性), 추수(秋水), 지락(至樂), 달생(達生), 산목(山木), 전자방(田子方), 지북유(知北遊)이고, 잡편(雜篇)이 11편으로 경상초(庚桑楚), 서무귀(徐無鬼), 칙양(則陽), 외물(外物), 우언(寓言), 양왕(讓王), 도척(盜跖), 설검(說劍), 어부(漁父), 열어구(列禦寇), 천하(天下)이다.

 

   내편은 내용을 나타내는 제목이 붙어있다. 예를 들면 소요유, 제물론, 양생주, 인간세, 덕충부, 대종사, 응제왕이라 하듯이 내용에 따라 편명이 정해졌으나, 다음 외편과 잡편은 변무라든지, 마제라든지 혹은 경상초라든지 서무귀라든지 하여 그 글의 처음에 나오는 두세 글자를 취하여 제목으로 하고, 제명과 내용은 반드시 깊은 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옛날부터의 학자의 설에 의하면 제명이 붙어있는 내편은 대체로 장자 자신이 손으로 쓴 것일 것이나, 특히 양생주편은 다른 편과는 길이도 짧고 내용의 일관성도 없어서 의심스럽다고도 한다. 처음 나오는 두세 글자를 취하여 제목을 삼은 외편, 잡편은 아마도 후대 사람이 장자의 잡저에서 취하여 편집한 것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편이나 잡편이나 대체로 내편의 설을 부연하거나 설명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 사이에 전혀 연락이 안 되는 것도 있다. 그것이 비록 장자 스스로의 손으로 씌어진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장자의 생각을 바탕으로 하여 세워진 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전편의 내용을 이야기의 자료로 삼고자 한다.

 

  다음으로 《장자》에 쓰인 말(언어)인데, 실은 장자는 때로는 엉터리 같이 생각되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 장자 자신인지 혹은 후대의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문장의 표현 방식에는 우언, 중언, 치언을 채용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장자가 쓴 문장 중에서 9할은 우언이고, 7할은 중언인데, 치언은 매일 매일의 문장이 그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언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른 사람을 빌어서 말하게 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아들을 결혼시키려 할 때 아버지 자신이 그 아들을 칭찬하면 세상 사람들은 이를 신용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그 아들을 칭찬하게 하면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믿어준다. 이처럼 자신의 말을 다른 사람의 말처럼 하여 쓰는 것이 우언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것은 사람들이 바라는 바이므로 그렇게 말하였다고 해서 말한 사람의 죄는 아니라고 말한다.

 

  다음 중언이란 어떤 방법인가 하면, 이것도 역시 우언과 비슷한데, 단지 자신을 대신하는 사람을 될 수 있는 대로 옛날의 훌륭한 사람을 빌어서 말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은 나의 주장은 아니고 옛날의 훌륭한 사람의 주장이니까 무게가 있고 자연히 사람들이 이를 믿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대체로 공자나 노자나 때로는 요순을 등장시킨다.

 

  다음은 치언을 채용한다고 했다. 이것은 꽤 이해하기 어려운데, 쉽게 말하면 임기응변의 재치 있는 말을 채용하는 것이다. 치(卮)는 술잔이라는 뜻의 글자이다. 술잔은 술을 채우면 마시기 위하여 기울이고, 비워지면 위로 향하게 하여 다시 잔을 채우게 된다. 그것은 언제나 일정하지는 않다. 거기에 사람의 말이 조리가 맞지 않아도 그때의 편의에 따라서 사람들이 기뻐할 만하게 말하는 데 비유한 것으로 이런 것을 치언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체로 장자는 이런 형식으로 논의를 진행시키고 있으니 어디까지가 장자의 본심인지, 어디까지가 다른 사람의 주장인지 그 점이 잡기 어려운 점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