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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아버지의 스폰서는 누구?

간천(澗泉) naganchun 2014. 4. 6. 16:41

 

아버지의 스폰서는 누구?

 

 

 

 

 

“아버지, 그 문집 발간 준비는 잘 되어가세요?”

“ 그야 뭐,,, 기다리고 있지?”

 

무엇을 기다린다고 하시는지 안다. 발간의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때는 글이 다 써지는 시기, 즉 원고마감일을 기다린다는 것이 아니다. 출간을 위한 돈이 충분히 마련되는 그 때를 말씀하시는 거다.

 

책을 발간하는 일도 공짜로 되는 일이 아니어서 글재주만 있어서도 안 된다. 돈이 있어야 한다. 한 개인이 글을 쓰고 모아서 선별해서 하나의 책으로 내려면 자신이 출판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한다. 책을 내려면 글도 자신이 써야 하지만 돈도 자신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퇴임이전부터 퇴임 후에도 줄곧 글쓰기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우리 아버지. 올해에는 또 한권의 책을 엮으시려고 계속 준비 중이시다. 이럴 때 자식으로서 좋은 스폰서가 되어드리면 정말 좋을텐데...하고 빚진 마음이 된다. 이 맑으려고 애를 쓰는 봄날에 부는 바람처럼 쒱~하고 싸나운 봄바람이 할퀴고 간다. 마음이 저린다.

 

나는 자식이다. 자식으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나의 사명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냥 저냥 자기 앞의 생도 챙기기에 버겁게 바쁘다. 부모님이 무엇을 이루시려는 중요한 시기에 자식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신이 나게 해드리고 싶은 것은 나의 욕심이다.

 

이제껏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살아오신 부모님을 위해 나는 무엇을 했는가하고 후회한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정말 부모님을 위해, 부모님을 위한, 부모님의 잘 준비된 자식’으로 살아가고 싶다. 든든한 스폰서가 되어드리고 싶다. 우리가 자랄 때 돈 달라면 어찌 어찌 마련해서 아낌없이 주신 부모님처럼 두둑한 돈봉투가 되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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