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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노년의 마지막 투쟁

간천(澗泉) naganchun 2024. 12. 16. 03:32

노년의 마지막 투쟁

 

 

사람은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훌륭한지에 대한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장자각의편에는 세상에서 스스로 잘났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다섯 부류로 나누는 대목이 있다.

첫째는 고상한 생각을 품고 높은 논의를 펼치며, 세상과 동떨어진 삶을 살면서 자신이 훌륭하다고 여기는 산곡(山谷)의 사()’이다.

둘째는 도덕가나 교육자로서 인의충신(仁義忠信)을 강조하고, 공겸추양(恭謙推讓)의 도덕을 실천하려는 평세(平世)의 사이다.

셋째는 정치가로서 군신 관계를 바로잡고*존왕(尊王)의 도를 주장하며, 국가를 강하게 만들어 공을 세우려는 조정(朝廷)의 사이다.

넷째는 세상과 단절하고 자연 속에서 장작을 줍고 고기를 잡으며 은둔하며 살아가는 강해(江海)의 사이다.

다섯째는 도교의 가르침을 따라 장수를 목표로 자신의 몸을 기르고, 호흡법이나 오금술(五禽術)을 익히며 양생을 추구하는 도인(導引)의 사이다.

 

돌이켜보면, 나도 한때는 산곡의 사처럼 고상한 이상을 품고 살아보려 했던 적이 있었다. ‘조정의 사처럼 높은 지위를 얻어 국가에 공헌하려 애쓴 적도 있었고, ‘강해의 사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했던 시절도 있었다.

또한, ‘평세의 사처럼 교육자로서 45년간 도덕을 중시하며 인의(仁義)를 가르치는 데 헌신했다. 그동안 수천 명의 제자들을 만났고, 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이루어냈다. 이제 그들도 노년에 접어들었지만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처럼, 그들의 각계서의 업적이 나의 위로가 되며 삶의 보람이 된다.

 

은퇴 후, 나는 직장암 수술을 받고 20여 년간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21년에는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져 정말 행복한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12월부터 장내 이상 증세가 나타나며 고통스럽고 무력한 나날이 이어졌다.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주저앉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고비를 넘기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건강의 기쁨이 채 가시지 않았던 20228, 갑작스레 간암 진단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를 받는 동안, 발병 원인이었던 C형 간염을 완전히 퇴치했으니 이는 기적이라 할 만했다. 지금은 마치 젊음을 되찾은 듯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첨단 의료 기술의 발전과 주치의의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 덕분에 새 생명을 얻은 것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

 

노년의 마지막 투쟁은 건강을 지키며 삶을 잘 마무리하는 일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부르실 날이 오면 담담히 떠날 준비도 되어 있다. 우리의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성실히 살아간다면 나의 삶도 결국 그 목적을 이룰 것이라 믿는다.

생각해 보면,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어느새 장자가 말한 도인의 사처럼 된 셈이다. 물론 옛날 도인들처럼 장수를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남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서 남은 생을 건강히 살고 싶을 뿐이다. 이제 현역에서 물러난 몸으로서, 남은 삶은 온전히 도인의 사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