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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82화. 한단의 걸음을 배우다(외편 추수)

간천(澗泉) naganchun 2010. 8. 10. 04:30

 

제82화. 한단의 걸음을 배우다(외편 추수)

 

 

   끝으로 공자 모는 미치지도 못할 것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 좋다고 말하고, 공손룡에게 가르친 말이 있다. “그 나라의 걸음걸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서 옛 걸음걸이를 잃어버린다.” 곧 새것을 제대로 못하면서 옛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짓이라는 말이다. 옛날 연(燕)나라의 서울 수릉(壽陵)이라는 곳에 젊은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시골인 연나라에서 조(趙)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이라는 화려한 도시에 간 것이다. 한단에 가서보니 그곳에서는 소년들이 모두 부드러운 걸음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젊은이는 이것은 멋지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그 걸음걸이를 배우는 사이에 자신의 원래의 걸음걸이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공자 모는 이제 이 말을 인용해서 공손룡에게 미치지도 못할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깨우치는 것이다.

   지금도 자신의 고유한 좋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의 실체를 잡지 못하는 것을 “한단의 걸음을 배운다.”(한단학보/邯鄲學步)라고 말하지만, 이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이 말은 오늘날에도 대단히 의미가 있는 말이다. 외래 풍조에 몰입하여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점을 잊어버리거나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할 일일 것이다.

  장자는 이처럼 명가의 대가인 공손룡을 쳐서 만족해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도 역시 명가와 같은 논의를 좋아한 사람인 것 같다. 그가 가함과 불가함은 일관된 것이라는 주장이 무용함을 설명하고 있으니, 조금은 비꼬는 듯한 느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