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화. 조릉의 반성(외편 산목)
장자는 어느 날 조릉이라는 큰 저택 곁에 놀러 갔다.
새를 쏘는 활을 매고 가는 도중에 뜻밖에 매우 큰 까치가 날아와서 그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다면 하고 그 까치가 가는 곳을 더듬어 갔더니 그 새는 뜰 안에 있는 밤나무에 앉았다.
원래 조릉(彫陵)이란 곳은 개인의 저택인지, 공중 공원인지는 잘 모르나, 어떻든 무단히 들어갈 수는 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까치를 본 그는 갑자기 욕심이 생긴 것이겠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활을 가지고 그 새를 노리고 조릉의 뜰 안으로 들어갔다.
자세히 보니 나무에 앉아 있던 까치가 눈을 부릅뜨고 무엇인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까치의 눈앞을 보니 거기에는 작은 나뭇가지에 사마귀가 있어서 앞다리를 휘두르며 이것도 또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었다. 또다시 사마귀가 노리고 있는 앞을 보니 거기에는 나뭇잎 그늘에 매미가 있어서 매우 시원한 듯이 나무 그늘의 시원함을 즐기며 울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처음으로 저절로 탄식이 나왔다.
“바보들이다. 매미는 자신이 나무 그늘의 즐거움은 알아도, 그 몸이 금방이라도 사마귀한테 당할 것은 잊고 있다. 사마귀는 또 매미를 잡으려는 자기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자신이 금방 까치의 먹이가 될 것을 잊고 있다. 또 까치는 사마귀를 잡으려 정신없이 노리고 있으나, 이제라도 나의 활에 맞아 자신의 몸이 망할 것을 잊고 있다. 모든 세상 것들은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자신의 참 모습을 잊고 있다. 이것이 만물의 모습인가. 참으로 비열하고 바보와 같다.” 하고 참말로 일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뒤에서 “어이, 거기에 있는 자는 누구인가? 이 뜰에는 무단히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야.” 하고 주의를 받았다 한다.
결국 모든 벌레가 바보라는 것을 깨달았을 법한 장자도 그 스스로 무단히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다는 말이다. 결국 인간은 그 자신을 모르는 것인지 모른다.
“인생은 조릉의 장자이다.” 라는 말은 여기서 나온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쓰는 점으로 보면, 장자는 매우 반성이 깊은 사람인 것도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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