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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76화, 옷차림이 허름한 것은 지친 것이 아니다(외편 산목)

간천(澗泉) naganchun 2010. 7. 25. 09:18

 

제76화, 옷차림이 허름한 것은 지친 것이 아니다(외편 산목)

 

 

  송나라의 장자가 현인이라는 평판은 이웃 여러 나라에 널리 알려져서 그를 초빙하려는 나라가 있었다.

위(魏)나라 임금이 장자를 초청하였다.

장자는 누덕누덕 기운 허름한 옷차림에다, 다 떨어진 신발을 신고 당당하게 위나라 임금의 궁전에 들어갔다.

  장자를 만난 위나라 임금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선생은 어떻게 그리 지쳐있습니까?” 하고 말하였다.

  이에 장자는 미간을 찡그리며 당당히 말하였다.

“이것은 가난한 것이지 지친 것이 아닙니다. 선비로서 도덕을 가지고도 행할 수 없는 것은 지친 것이지만, 옷이 해어지고 신발이 뚫어진 것은 가난한 것이지 지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이 이른바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임금님은 저 나무를 오르는 원숭이를 보지 못했습니까? 그 놈이 곧고 좋은 나무를 만나서 그 가지를 붙잡고 기세 좋게 오를 때는 아무리 활을 잘 쏘는 사람도 그 놈을 해치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가시가 돋친 나무를 만나면 조심조심 걸음걸이에 힐끔힐끔 사방을 돌아보고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위난을 당하여 그 몸이 굳어진 것이 아니라, 그 형세가 편하지 못해서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어두운 임금과 어지러운 신하의 세상에 있어서는 아무리 훌륭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외편 산목)

  규범이나 권위에 얽매어 정신의 자유를 잃은 부귀보다, 정신이 자유로운 빈천이 낫다 함을 강하게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