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화. 검은 용이 잠을 잤던가봐(잡편 열어구)
또 한 사람의 친구가 송나라 임금을 뵈웠더니 그에게 수레 열 대를 주었다. 그는 그 열 대의 수레를 가지고 와서 장자에게 자랑을 했다.
그러자 장자는 “그런데 어떤 강가에 매우 가난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갈대로 발을 엮어 그 발을 팔아서 끼니를 이어갔다네. 어느 날 그 아들이 깊은 못 속에 들어가서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구슬을 주워왔다네. 그런데 그 아버지가 이 말을 듣고 그 아들에게 말하기를 빨리 돌을 가지고 와서 이 구슬을 부셔버려라. 대개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에 있는 것으로 그 못 속에 사는 검은 용의 턱 밑에 있었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 네가 용케도 그 구슬을 얻게 된 것은 마침 그 검은 용이 잠을 자고 있을 때를 만난 것이다. 만일 그 용이 잠을 깨었더라면 네가 어찌 살아남았겠느냐? 하고 말했다네.
이제 송나라가 위험한 것은 비단 용만이 아니라, 송나라 임금이 사납기가 저 검은 용 정도가 아닐세. 그런데 자네가 용케도 수레를 얻게 된 것은 반드시 그가 잠자는 시간을 만난 것일 것이네. 만일 저 송나라 임금이 잠을 깬다면 자네는 살아남지 못할 것일세.”(잡편 열어구) 하고 말했다.
장자 생존 시 송나라 임금은 언(偃)이라는 이름을 가진 강왕(康王)이다. 그는 패자가 되고자 하여 전쟁을 일으켜 이웃 나라와 적을 만들었고, 안으로는 주색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잔인무도하게 백성을 괴롭혔기 때문에 하나라 걸왕(桀王)에 비유해서 걸송(桀宋)이라 일컬어졌으며, 끝내 나라를 망하게 한 임금이었다. 이런 왕의 무도한 권력에 영합해서 이득을 누리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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