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화, 펄 속에서 꼬리를 끌겠다(외편 추수)
장자가 살았던 시대는 여러 나라가 패권을 잡으려고 경쟁이 심했던 시기였다. 마침 초(楚)나라 임금은 장자라는 사람이 현자라는 평판을 듣고 재상으로 이를 모시고자 귀한 선물을 정성껏 갖추고 사자를 장자에게로 보내었다. 마침 그때 장자는 국경지대인 복수(濮水)라는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자는 장자에게로 다가가서 “우리나라의 정치를 맡길 터이니 어서 와 주시기 바랍니다.” 하고 정중하게 왕의 뜻을 전하고 간청했다. 그러나 장자는 낚싯대를 잡은 채로 돌아보지도 않고 말하였다.
“당신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지요. 당신네 나라 사당 안에는 큰 거북이 모셔져 있소. 그것은 죽어서 삼천 년이나 되었는데 임금은 이것을 비단에 싸서 소중하게 상자에 넣어 사당에 모셔있다고 들었소. 당신들도 그 거북이의 몸이 되어서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소. 그 거북이는 죽어서 단지 뼈만을 존귀한 것으로 모셔지기를 바랐겠소. 아니면 비록 펄 속에서 꼬리를 끌고 있더라도 살아있기를 바랐겠소. 어느 쪽인가요?”
이 말에 대하여 사자들은 “차라리 살아서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기를 바랐겠지요.” 하고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장자가 말하였다. “어서 돌아가시오. 실은 나도 역시 펄 속에서 꼬리를 끌고 있더라도 좋소. 살아있고 싶소. 모처럼의 청이지만 거절하오.” 하고 거절하였다.
옛날 중국에서는 한 나라에 큰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의 길흉을 점치기 위하여 거북의 등껍질에 금을 내고 그 홈에 쑥을 끼어 불을 붙이면 균열이 벌어져서 이상한 무늬를 이루는데, 이 무늬를 보고 길흉을 판단하였다. 그래서 이것을 신귀(神龜)라 해서 존귀하게 다루어졌었다.
이 이야기는 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가난하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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