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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73화. 치질이라도 핥았군 그래(잡편 열어구)

간천(澗泉) naganchun 2010. 7. 20. 04:38

 

제73화. 치질이라도 핥았군 그래(잡편 열어구)

 

  장자와 같은 송나라 사람으로 변설가인 조상(曹商)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송나라 왕의 명을 받고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떠날 때에 임금에게서 수레 몇 대를 얻어가지고 갔다. 진(秦)나라 임금은 매우 기뻐해서 수레 백대를 더 붙여 주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돌아와서 장자를 만나 자랑을 했다.

“나는 자네처럼 이런 초가집에서 짚신이나 삼아 팔면서 여윈 목에 누런 얼굴로 사는 것은 아무래도 내게는 맞지 않은가봐. 한 번 만승의 임금을 달래어 백대의 수레를 얻은 것이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장기였던 것이란 말일세.”

  그러자 장자는 짚신을 삼는 짚을 훑으며 누런 얼굴에 눈빛을 반짝거리며 대답했다.

“과연 그렇군 그래. 내가 듣기로는 그 진나라 임금은 병이 나서 의원을 불렀을 때는 허물을 터뜨려 고름을 짜낸 사람에게는 수레가 한 대, 치질을 핥아서 치료해준 사람에게는 수레를 다섯 대를 준다고 하지 않던가? 그처럼 더러우면 더러울수록 그 만큼 수레의 수가 많아졌을 것이 아닌가. 그러면 자네는 혹시 치질을 핥은 것이겠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수레를 얻었는가? 에잇 더럽다 제발 물러가게.”(잡편 열어구)

  장자는 내가 비록 짚신을 삼아 팔아서 끼니를 이어간다 하더라도, 임금의 치질이나 핥는 그런 굴욕을 당해가면서까지, 부귀를 누리고 싶지는 않다고 하는 정신적인 고고함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