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화. 유복을 입은 자는 한 사람뿐이다(외편 전자방)
어느 날 장자는 노(魯)나라 애공(哀公)을 면회했다. 그때 애공은 장자에게 “우리 노나라에는 유학을 수학하는 학자는 많으나, 선생의 도를 배우는 사람은 적소.”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장자는 “공께서는 노나라에 유자가 많다고 말씀하시지만, 과연 그럴까요?” 하고 말하자, 애공은 대답하여 “그것은 틀림이 없다. 조금 국내의 모습을 보면 모두 유복을 입고 있는데 어떻게 유자가 적다고 하겠는가?” 하고 말하는 것이다.
이에 장자는 말한다.
“내가 들으니 유자가 둥근 모양의 갓을 쓰는 것은 하늘의 때를 안다는 뜻이고, 모난 모양의 신을 신는 것은 땅의 모양을 안다는 뜻이고, 오색의 실에 결(玦)을 꿰어 차는 것은 일에 다다를 때 결단한다는 뜻이라 하였습니다. 그러나 군자로서 참으로 도를 가진 사람은 꼭 그러한 옷을 입지 않고, 그러한 옷을 입었다 하여 반드시 그 도를 아는 사람은 아닙니다.”
옛날 유자란 모두 둥근 모자를 쓰고 네모의 신발을 신었다. 둥근 모자는 하늘을 본 따고, 유학을 수학하는 자는 하늘의 때를 알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네모의 신발은 땅을 본 따고 유자가 땅의 형세를 알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결(玦)이라고 해서 구슬의 한쪽이 떨어진 고리 같은 것을 허리에 띠고 있었는데, 그것은 무슨 일에 처했을 때 결단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늘의 때를 알고 땅의 형세를 알고 경우에 임하여 결단을 하는 것이 유자의 도라는 것을 모양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유자는 환관방리결대(圜冠方履玦帶)의 유복이라는 것을 입고 있었다.
장자는 “혹시 공께서 내가 하는 이 말에 의심이 나신다면 나라 안에 포고를 내어보면 어떨까요. 그 포고의 내용은 ‘우리 노나라에서 유자의 도를 실행하지도 않으면서 유복을 입고 있는 자가 있으면 사형에 처한다.’고 합니다.” 하고 말했다. 이에 애공은 서둘러 나라 안에 이 포고를 내었다. 그런데 그 법령이 나와서부터 5일이 지나기 전에 노나라에서 유복을 입은 사람이 없어졌다. 그런데 그 곳에 단 한 사람 훌륭한 장부가 유복을 입고 애공의 문전에 서있었다. 애공은 이것은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그 사나이를 불러 이 사람에게 나라의 일을 물어보니 정치문제나 혹은 집안을 다스리거나 몸을 수양하는 도이거나 천변만화 도도하게 논하였다. 그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공자였다고 한다.
그 실정을 본 장자는 애공에게 “이 노나라에는 유자라고는 오직 한 사람뿐입니다. 공께서 유자가 많다고 하신 말씀은 틀린 말이 아닙니까?” 하고 반박하였다.
결국 지금까지 세상에는 유학의 도를 안다고 가장하는 사람은 많이 있었으나, 참으로 유학의 도를 실행하는 자는 없다는 것을 신랄하게 비판하고자 하여 만들어낸 이야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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