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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 보따리/일화 보따리

북두칠성의 비밀

간천(澗泉) naganchun 2010. 5. 29. 05:03

 

북두칠성의 비밀

 

 

 

당나라 현종(玄宗) 때에 일행(一行)이라는 스님이 있었다. 황제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런데 일행은 어릴 때에는 매우 가난해서 이웃집 왕씨 할머니가 항상 도와주었다. 그가 출세한 후에도 왕씨 할머니의 은혜를 잊지 않고 무엇인가 도울 수 있으면 도우리라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왕씨 할머니의 아들이 살인죄로 벌을 받게 되어서 그 어머니인 왕씨 할머니는 일행을 찾아가서 울면서 아들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일행 스님은 한 마디로 거절하였다.

<나는 결코 옛날의 은혜를 잊지는 않았습니다. 혹시 돈이나 비단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해 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명군이 나라를 다스리는 이때에 살인자를 사면해주게 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도저히 나의 힘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듣고 왕씨 할머니는 몹시 궂은 욕을 하였다.

<어떤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오랜 동안 너를 도왔는데 마침 일이 생기자 그런 이야기 정도를 들을 것이라면 너에게는 일이 없다.> 하고 떠나려는 할머니를 붙잡으려 하였으나 도저히 불가능했다.

 

<참으로 곤란하구나.> 일행 스님은 생각하다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수도에 있는 혼천사(渾天寺)에는 이제 공사 중이라서 수 백 명의 인부가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실을 빈 방으로 만들어서 한가운데에 커다란 가마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수년간 부리고 있는 하인 두 사람을 불러서 커다란 주머니를 주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그곳으로 몰래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오후 1시부터 저녁 5시에서 7시 사이에 7마리의 멧돼지가 들어올 것이다. 그 멧돼지 일곱 마리를 주머니에 담아 오너라. 수는 일곱이다.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된다.>하고 타일렀다.

 

하인들은 지시한 대로 기다리고 있노라니까 과연 오후 5시에서 6시가 지날 무렵이 되자 풀밭을 헤치며 멧돼지가 떼를 지어 들어왔으므로 한 마리씩 주머니를 씌워서 일곱 마리를 붙잡아서 돌아왔다. 일행은 매우 기뻐하며 그 멧돼지를 큰 병에 가두고 나무 뚜껑을 닫고 위에 큰 범자(梵字)를 써 넣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궁중에서 급히 사자가 와서 일행 스님은 황제에게로 달려갔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하고 현종황제는 말하였다.

<사관이 상주한 바에 따르면 간밤에 북두칠성(北斗七星)이 빛을 감추었다고 한다. 그것은 무슨 징조인가. 일행에게는 그것을 밝힐 재주가 있는가?>

<북두칠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고 일행 스님은 말하였다.

<임금님께서 마음을 쓰셔야 하겠습니다. 필부필부가 그런 일을 당하면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 합니다. 크게 한발이 닥치는 수도 있습니다. 불가의 가르침으로는 일체의 자선심을 가지고 일체의 마를 쫓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그는 천하에 대사면령을 내리기를 권했다. 황제도 그 말을 따랐다.

 

그날 밤에 사관이 상주했다.

<북두칠성이 오늘 밤에는 나타났습니다.> 그리고서 매일 밤 하나씩 나타나서 칠 일 만에 북두칠성 일곱 개의 별이 모두 나타났다.

대사면령으로 그 할머니의 아들도 구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수신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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