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가장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코 쑥빼씨다. 그녀는 항상 웃는다. 환하게, 귀엽게, 또 힘차게. 치매가 그녀를 사로잡았지만, 그 안에 갇힌 것은 절대 아니다. 그녀는 치매를 무기로 삼아 요양원의 분위기를 바꾼다.
“하하하하! 어머나, 어쩜 이렇게 좋아? 그럼 어떡해?”
혼잣말이 끊임없다. 말끝마다 논리적인 단어들이 이어진다. “그래서”와 “그럼 안돼” 같은 말이 그녀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 대화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향한다는 점이다. 요양보호사에게도, 지나가는 그림자에게도, 심지어 식탁 위에 놓인 숟가락에게도.
쑥빼씨의 독특한 매력은 단지 그녀의 말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손은 마치 마귀할멈의 손 같다. 길고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은 힘이 세 보이면서도 어디선가 만화적인 귀여움을 풍긴다. 문제는 그 손으로 가끔... 똥을 만진다는 것이다.
검은 똥.
처음 이 광경을 목격했을 때, 우리는 당황했다. 그러나 곧 알게 되었다. 그녀가 복용하는 철분제가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쑥빼씨! 손이 왜 이래요?”
그러면 그녀는 하하 웃으며 말한다.
“어머나, 내가 그랬어? 그럼 어떡해!”
우리는 그 말에 빵 터지면서도, 얼른 손을 닦고 주변을 치운다.
쑥빼씨의 가장 소중한 친구는 ‘별이’라는 노란색 봉제 인형이다. 머리는 별 모양, 팔과 다리가 달린 귀여운 인형은 그녀의 대화 파트너다. 간식을 두고 침대 식탁에 별이를 앉혀 두고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마치 엄마와 아이 같다.
“별이야, 넌 왜 말을 안 해? 그래도 내가 좋아, 안 좋아?”
별이는 묵묵부답이다. 그러면 숙배씨가 하하 웃으며 혼잣말을 이어간다.
어느 날, 그녀가 별이를 꾸짖는 광경을 보았다.
“너 왜 그렇게 했어? 안 돼, 별이야!”
순간 별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쑥빼씨와 별이를 꼭 껴안았다.
“쑥빼씨, 별이가 반성하고 있어요.”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했다.
“그래서? 어머나, 그럼 됐네!”
쑥빼씨의 하루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녀의 대화는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가끔은 맑아진 정신으로 정확한 관찰을 하기도 한다.
“어머, 저 요양보호사 오늘 화장 안 했네?”
그런 말을 들으면, 우리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맞아요, 쑥빼씨. 오늘은 안 했어요.”
그러면 그녀는 하하 웃으며 말한다.
“어머 어쩜 그래!”
이가 없어 죽만 드시는 그녀지만, 그 죽을 별이에게 한 숟가락 건네는 모습도 보인다. 별이가 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대화를 이어간다. 그녀에게 별이는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 삶의 일부다.
쑥빼씨를 보고 있으면 치매가 단순히 슬픈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다. 과거와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눈앞의 별이와 대화를 나누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요양원의 모든 사람이 그녀를 좋아한다. 그녀는 웃는 치매다. 귀엽고 유쾌하며, 때로는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다. 그녀와 별이는 우리에게 웃음을 주고,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오늘도 쑥빼씨는 요양원의 스타다.
“어머나, 어쩜 이렇게 좋을까!”
그녀의 말처럼, 요양원의 하루는 그녀 덕분에 더 환하고 따뜻하다.
쑥빼씨의 하루는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를 준다. 그녀의 끊임없는 웃음과 말은 요양원의 일상 속에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그 파문은 단순한 유쾌함이 아니라, 삶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녀는 치매를 앓고 있지만, 그녀의 존재는 누구보다 생생하다. 그녀와 별이,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요양원의 한 구석에서 작은 빛처럼 반짝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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