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宿命)
진중거(陳仲挙)가 아직 입신출세하기 전에 황신(黃申)이란 사람의 집에서 기숙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황신의 처가 출산을 하였다.
출산 당시 이 집문을 두드리는 자가 있었는데 집사람은 혼잡한 가우데라서 알지 못하였다.
잠시 후에 집안에서 대답하는 자가 있었다.
"손님 좌석에는 사람이 있으니까 들어오지 못한다."
문밖에 있는 자가 대답했다.
"그러면 뒷문으로 돌아서 가리다."
그로써 문답은 그쳤다. 그러고서 잠시 후 안 사람도 뒷문을 돌아서 들어온 듯하였다.
다른 사람이 물었다
"태어나는 아기는 이름이 무엇인가. 몇 살이나 살수 있을까?"
"아름은 노(奴)라 하고 15살까지의 수명을 받았다."고 앞의 사람이 대답하였다.
"무슨 병으로 죽는가."
"병기(兵器)의 병으로 죽는다."
그 소리가 끝나자마자 주위는 조용해졌다.
진은 그 말을 엿들어서 기이하게 생각했다. 특히 그날 밤에 태어난 아이는 남자로서 이름이 노라고 지어진 것을 알자 점점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그는 황씨 사람들에게 주의했다.
"나는 관상을 배웠는데 이 아이는 병기로 죽을 수 있다. 물론 도검이나 칼 등을 조심해야 한다."
황씨는 놀라서 그 후로는 주의를 하였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는 어떤 날도 가지지 못하게 하였다.
그 아이는 무사히 15세까지 성장하였으나, 어느 날 선반 위에 놓인 끌이 그 아이의 머리에 떨어져서 뇌를 다쳐서 죽었다.
진씨는 여장(予章)의 태수로 영전하여 오래만에 황씨의 집을 찾아왔을 때 먼저 그 아이의 일을 듣자 그애는 끌에 맞아 죽었다는 것이었다.
진씨는 탄식하면서 "그야말로 숙명이라는 것이구나."(수신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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