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괴(兎怪)
위(魏)나라 때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돈구(頓邱)의 경계를 지나자 어두운 밤길에 하나의 이상한 것이 구르고 있었다. 모양은 토끼와 같고 두 눈은 거울과 같고 말이 가는 앞을 미친 듯이 뛰므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은 무서워서 말에서 떨어지자 괴물은 달려들어서 그를 붙잡으려 하므로 무서워서 기절하였다.
한참 후에 제정신이 들자 괴물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므로 안심이 되어서 다시 말을 타고 5리쯤 가니 한 사람의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도 말을 타고 있었다. 좋은 길동무가 생겼다고 기분이 좋아서 이야기를 하며 가는데 그는 먼저 괴물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무서웠습니다." 하고 그 사람은 말하였다.
"실은 나도 혼자 가는 것은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였는데 당신과 같은 길동무를 만나서 다행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말은 빠르고 내 말은 느리니까 앞서고 뒤서고 하여 갑시다."
그의 말은 앞서고 이 사람은 뒤에 갔다.
다시 얼마 동안 야기를 하면서 가노라니 그 사람은 다시 그 괴물 야기를 시작했다.
"그 괴물이란 어떤 모습이었어요."
"토끼와 같은 모습으로 두 눈이 거울처럼 빛났어요."
"그럼 조금 돌아보세요."이 말을 듣고 무심히 돌아보니 그 남자는 어느새 이전의 괴물과 같은 모양으로 변신하여 말이 앞의 말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는 말에서 굴러 떨어져 기절하였다.
그 남자의 집에서는 기수는 없고 말만 돌아온 것을 이상하게 여겨 찾으러 왔는데 사정이 이러하므로 그는 토괴가 되살아나서 당한 이야기를 하였다.(수신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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