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장자> 지북유편의 명언 명구
234.
인간의 생은 기가 모인 것이니, 기가 모이면 생이 되고,
흩어지면 사가되느니라.
인간의 생명은 기 곧 천지 우주에 편만하고, 일체 만물을 만물로서 존재하게 하는 원소가 집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기가 집합하면 생이고 이산하면 사가 된다. 생과 사의 현상이 이처럼 기의 이합집산의 동류일체라면, 만물의 생멸은 천지의 기의 존재 방식의 변화에 지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생과 사의 문제로 괴로워할 까닭이 없다.
人之生은 氣之聚也니 聚則爲生하고 散則爲死하니라.(莊子 外篇 知北遊)
인지생은 기지취야니 취즉위생하고 산즉위사하니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기(氣)-기운. ㅇ취(聚)-모이다. ㅇ산(散)-흐터지다.
235
인간이 천지간에서 사는 기간은 문틈에 눈을 대고
흰 망아지가 지나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
인간이 이 천지간에 태어나 사는 기간이란, 비유해서 말한다면 흰 망아지가 달리는 것을 문틈에 눈을 대고 보는 것과 같이 매우 빨리 지나가는 것이다. 대자연의 이법을 따라 인간으로 태어나 사는가 하면, 어느 새에 자연의 이법에 따라 쇠하고 소멸해 없어지는 것이다. 백구(白駒)는 광음(光陰) 곧 세월을 말하고 극(卻=隙)은 틈새를 말한다. 백구과극(白駒過隙) 또는 구극(駒隙)이란 흰 망아지가 달리는 것을 문틈으로 본다는 뜻으로 인생과 세월이 덧없이 짧음을 말하는 이 말은 여기서 유래한다.
人生天地之間은 若白駒之過卻이라.(莊子 外篇 知北遊)
인생천지지간은 약백구지과극이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구(駒)-망아지. ㅇ과(過극)-지나다. ㅇ극(郤)=극(隙)과 같다. 틈. ㅇ간(間)-사이.
236.
배웅하는 바도 없고, 마중하는 바도 없다.
지나간 일에 집착하여 아쉬워하지도 아니하고, 아직 오지도 아니한 미래에 기대를 걸고 궁금히 여기지도 아니한다.
無有所將이요 無有所迎이라.(莊子 外篇 知北遊)
무유소장이요 무유소영이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장(將)-보내다. 배웅하다. ㅇ영(迎)-마중하다.
237.
죽는 것과 사는 것은 서로 기다려서 존재하는 것인가.
모두의 근본은 하나이다.
죽음과 삶 사이에는 인간이 상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서로 의존하는 관계는 없다. 양자는 어떻든 근원적으로는 하나이다. 곧 삶과 죽음이나 시작과 끝남을 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지혜의 망상일 뿐 도 곧 참된 실재의 세계에서는 삶(시작)이나 죽음(끝남)이란 없는 것이다.
死生有待邪아 皆有所一體라.(莊子 外篇 知北遊)
사생유대야아 개유소일체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사(死)-죽다. ㅇ생(生)-살다. 낳다. ㅇ대(待)-기다리다. ㅇ야(邪)-어조사로서 그런가. ㅇ개(皆)-모두. ㅇ체(體)-몸.
238.
천지가 생겨나기 전에 생긴 것은 물인가,
물을 물이라 하는 것은 물이 아니다.
천지에 가장 먼저 생긴 것은 도로서 실재하는 것으로 물이 아니다. 물이란 생성 변화하는 현상 세계의 만물로서 도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도는 물 곧 만물을 만물로서 존재하게 하는 근원적인 이법으로 물 자체가 도는 아니다. 만물이 생성 소멸 변화하는 그 근원적인 원리가 도이다.
有先天地生者는 物邪야 物物者非物이라.(莊子 外篇 知北遊)
유선천지생자는 물야야 물물자비물이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유(有)-있다. ㅇ선(先)-먼저. ㅇ물(物)-물건. 만물. ㅇ야(邪)-어조사로서 그런가. ㅇ비(非)-아니다.
239.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꾀하지 않아야 비로소 도를 알 수 있다.
근원적인 진리인 도는 인간이 생각하거나 꾀하는 바 없이 사려분별력을 초월하여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無思無慮에 始知道라.(莊子 外篇 知北遊)
무사무려에 시지도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사(思)-생각하다. ㅇ려(慮렬)-걱정하다.
240.
어디에도 있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비로소 도에 편안히 머무를 수 있다.
일정한 장소에 구속되거나 인위적인 작용에서 초월하여 어느 곳에도 몸을 두는 바 없고, 어떤 일에도 힘쓰는 바 없는 무위자연의 경지에서만이 비로소 도에 안주할 수가 있는 것이다.
無處無服에 始安道라.(莊子 外篇 知北遊)
무처무복에 시안도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처(處)-곳. ㅇ복(服)-복종하다. ㅇ시(始)-비로서. 처음.
241.
아무것도 따르지 않고 아무런 방법도 쓰지 않아야 비로소 도를 깨달을 수 있다.
근원적인 진리인 도는, 인간이 외계의 사물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완전한 주체성을 확보한 경지에서 무엇에도 따르지 않고, 인위적인 방법을 쓰는 바도 없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無從無道에 始得道라.(莊子 外篇 知北遊)
무종무도에 시득도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종(從)-따르다. ㅇ도(道)-도. 도리.
242.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참된 도를 알고 있는 자는 말로써 표현하지 아니하고, 말하는 자는 도를 알지 못하는 자이다.
知者는 不言하고 言者는 不知니라.(장자 外篇 知北遊)
지자는 불언하고 언자는 부지니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지(知)-알다. ㅇ언(言)-말하다.
243.
성인은 말하는 바 없이 가르침을 행한다.
성인 곧 참으로 도를 체득한 인물은 말로써 설명을 하거나 논의를 하는 바 없이 암묵 중에 위대한 교훈을 준다.
聖人은 行不言之敎라.(莊子 外篇 知北遊)
성인은 행불언지교라.(장자 외편 지북유)
ㅇ행(行)-행하다. ㅇ교(敎)-가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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