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창신 溫故創新 ongochangsin

인물 전기/제갈공명 이야기

제13화 제3차 북벌과 외교전(2) 

간천(澗泉) naganchun 2020. 7. 5. 08:49

제13화 제3차 북벌과 외교전(2)

 

 2, 오(吳), 촉(蜀)의 외교전

 

외교란 일종의 <전쟁>이다. 자기 나라를 위하여 상대를 끌어들여 이익을 이끌어 내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맹국끼리의 외교는 가장 어렵다. 왜냐하면 표면적으로는 우호관계를 지탱하면서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이면에서 고도의 교섭 기술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촉오동맹(蜀呉同盟)에 있어서 교섭의 주체가 되는 것은 거의 촉한(蜀漢) 측이다. 왜냐하면 소국인 촉한 쪽이 보다 많이 오나라의 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총명한 공명은 촉한(蜀漢) 단독으로는 위나라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오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위나라에 두 개의 정면작전을 강요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손권(孫權)의 황제즉위마저 용인한 것이다.

그러나 최초는 오나라와 촉한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손권이 관우(關羽)를 배반하여 죽이고 다시 유비(劉備)의 주력과 치열한 대결을 반복하였기 때문이다.  단지 그 직후 오나라와 위나라의 동맹관계가 파탄하였으므로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래서 공명(公明)이 손권을 설득한 수단은 <공포(恐怖)>였다. 그는 외교사절인 등지(鄧芝)에게 이렇게 말하게 한다.

 <오나라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촉한(蜀漢)과의 동맹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만일 위나라와 촉한(蜀漢)이 먼저 동맹을 맺는다면 당신의 조국은 한 줌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동맹국 간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므로 손권(孫權)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촉한(蜀漢)을 믿고 싶다. 그러나 실제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황제는 젊고 경험이 모자라고 국력은 약하다.>

손권은 이 동맹 관계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생각하여 이렇게 말한 것이다. 그래서 등지(鄧芝)는 말한다.

 <우리 황제는 젊지만 우수하다. 다시 승상인 공명은 마치 천하의 영걸이다. 매우 의지할만한 동맹국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대등한 동맹관계로 낙착된 것이다.

이후로 촉한(蜀漢)은 적극적으로 오나라에 외교공세를 취한다. 촉한은 소국이지만 천재 외교가 손권(孫權)을 상대로 항상 교섭의 주도권을 잡고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등지(鄧芝) 같은 극히 우수한 인재가 외교관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를 발탁하고 중용한 공명은 전쟁은 서툴지만 문치는 천재적인 인물이다.

다음으로 교묘한 외교술의 예를 보기로 한다.

 

(1) 등지(鄧芝)와 손권(孫権)

 

어느 날 위() 토벌 협동 군을 일으킬 결정을 한 후에, 손권(孫權)은 등지(鄧芝)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위나라가 망하면 오나라와 촉한(蜀漢) 나라로 중국을 이분할(二分割)하여 영구히 사이좋게 지내야하지 않겠소.>

그러면 보통은 <그렇군요!>라 하여 맞장구를 칠듯하지만 등지는 고개를 옆으로 흔들며 <천하에 2일은 없다고 합니다. 만일 위나라가 망한다면 이번에는 촉한(蜀漢)과 오나라가 무력과 지혜를 갈고 닦아서 자웅을 가리게 될 것입니다. 이미 우호관계가 아닙니다.>

이 정직한 대답에 손권(孫權)은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어중간한 칭찬이나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장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성의로 임하는 편이 손권과 같은 대인물의 신뢰를 얻기 쉬운 것이다. 등지는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리라.

그 후로 등지(鄧芝) 이외의 인물이 사절로 온다면 손권은 모처럼 공명에게 편지를 써서 <다음에는 꼭 등지를 보내주기 바랍니다. 그가 아니면 싫습니다.>하고 말했다고 한다. 촉한(蜀漢)에서는 인재가 부족하여 자전거(自轉車) 조업(操業)하는 것 같은 나라여서 등지는 종종 북벌군에 참가하였으므로 그런 때는 손권에게 참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등지(鄧芝)의 외교자세는 의외로 <촉한(蜀漢)과 오나라는 같은 국력인 대등한 국가이다.>라는 냄새를 풍긴다. 알게 모르게 상대에게 이런 인상을 주게 한 등지는 참으로 상당한 책사(策士)였다.

 

(2) 태복(秦宓)과 장온(張温)

 

오나라의 사절도 종종 촉한(蜀漢)을 방문하였다. 장온(張蘊)이라는 사절이 촉한의 대학자 태복(泰宓)과 성도(成都)에서 만나서 나눈 회화가 재미있어서 소개한다.

장온(張蘊)은 그의 환영회에 지참한 태복을 꾸짖으려고 논전을 벌렸다.

=당신은 학문을 하고 있다면서요.

=이 나라에서는 유아라도 학문을 합니다. 나에게 한한 일은 아닙니다.

=(/()에게 머리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어느 쪽에 있을까요?

=서방입니다. 시경에 <곧 서쪽을 둘러본다.>고 있으니

=하늘에는 귀가 있습니까?

=시경에 <학은 못 깊숙한 곳에서 울고, 그 소리는 하늘에 들린다.>고 있 습니다. 혹시 귀가 없다면 듣지 못할 것입니다.

=하늘에 발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시경에 <하늘의 걸음은 간난(艱難)하다.>고 있습니다. 발이 없다면 걷지 못할 것입니다.

=하늘에는 성()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물론 유()라는 성입니다.

=어찌해서입니까?

=중국의 황제가 유() 성이니까요.

 

이들 회답이 지체 없이 줄줄 나오니까 장온(張蘊)은 완전히 태복을 존경하고 말았다. 그것만이 아니겠지만 장온은 완전히 촉한(蜀漢) 마니아가 되어서 오나라에 귀국해서도 촉() 나라의 화제밖에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권(孫權)은 격노하여 장온을 파직시켰다.

그런데도 태복의 회답은 매우 통쾌하다. <하늘의 위치가(촉나라가 있는)서쪽>이라든지 <하늘의 성씨가 유()>라든지 애국심이 넘쳐난다.

손권을 비롯하여 오나라 사람들은 장온(張蘊)의 입을 통하여 말해지는 촉한(蜀漢)의 매력을 들어서 소국이라고 얕보지 못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을 것이다. 이리하여 촉오(蜀吳) 동맹관계는 촉한(蜀漢) 주도로 확고해졌다.

 

 

'인물 전기 > 제갈공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4화 제4차 북벌(2)  (0) 2020.07.08
제14화 제4차 북벌(1)  (0) 2020.07.06
제13화 제3차 북벌과 외교전(1)   (0) 2020.07.04
제12화 제2차 북벌(2)  (0) 2020.07.03
제12화 제2차 북벌(1)  (0) 2020.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