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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기타/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➅ 나즈굴과 드론

간천(澗泉) naganchun 2020. 1. 15. 18:05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➅ 나즈굴과 드론

 



큰 대륙 호주에서 최악의 산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호주의 유명한 캥거루와 코알라를 비롯한 야생 동물이 죽거나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 땅에서는 5개월째 산불이 타오르는 와중에 파란 하늘에 ‘캥거루 구름’이 몽실 몽실 하얗게 떠올랐다고 한다. 마치 합성이 아닌가 할 정도로 캥거루 모양을 한 구름이 두둥실 떠 있었다고 한다.


하늘은 동화적 풍취가 가득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그 여백의 미를 자랑하는 하늘에 날아다니는 것이 너무 많다. 번잡해졌다. 하늘이 좁아지고 있다. 비행기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드론들이 일상적으로 날아다닌다.

현대차그룹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바야흐로 항공 모빌리티 시대의 도래이다. 공상과학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런 하늘이 이제 실현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하늘이 바쁜 분주한 공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드론은 마치 SF에서 흔히 나옴직한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주 친숙한 도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드론 Drone은 꿀벌, 개미 등 벌목과 곤충의 수컷을 칭하는 영어단어이며, 조종사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원격조종 비행 장치를 드론이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드론을 이용하여 촬영한 영상물이 많아지고 있다. 헬기를 이용하여 촬영을 할 경우는 흔들림이나 소리로 인한 소음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드론을 이용하면 최소한의 소음과 진동으로 매끄러운 영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드론은 사람이 가기 힘든 산악지역, 무인섬, 깊은 밀림지역 등을 촬영하며 활약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미국의 아마존은 무인드론으로 400m이내의 지역에 택배로 배달하는 등 그 이용도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판타지의 세상에도 하늘은 여러 날라 다니는 것으로 바빴던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무시무시하고 두려운 존재는 나즈굴이다. 나즈굴이라 불리는 불사의 영들을 하늘 높이 태우고 다닌 날개 돋친 야수들은 바람보다 빠르고 새의 부리와 발톱, 뱀의 목, 박쥐의 날개를 가진 용과 같은 생물이었다.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나즈굴은 ‘암흑의 군주' 사우론 휘하의 으뜸가는 부하들이자 강력한 악령들이다. 나즈굴은 괴물같이 생긴 새의 시커먼 형상(반지의 제왕(5권p.85) 을 했다. 나즈굴은 커다란 날짐승을 타고 나타난다. 이 날짐승은 무척 오래된 고대의 생물인데, ‘암흑의 군주' 가 그들을 붙잡아 썩은 고기를 먹여가며 키워 자기 부하에게 탈것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이후 '날개 달린 나즈굴'은 반지전쟁 곳곳에서 맹위를 떨친다. 나즈굴의 가장 강한 무기는 공포 그 자체다. 나즈굴이 하늘을 배회하거나 주변에 나타나면 사람들은 강한 공포를 느끼며 벌벌 떨곤 했다.


다음 대목을 통해서 나즈굴의 그 엄청난 살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미나스 티리스에는 모르도르의 군대에 대항하여 도전할 용기를 가진 자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암흑탑의 군주에게는 굶주림보다 더 빠른 또 다른 무기, 즉 공포와 절망이 있었던 것이다.

나즈굴이 또다시 나타났는데, 이제 암흑 군주가 힘을 더욱 증대시켜 내보내고 있었기에 군주의 의지와 악의만을 발산하는 그들의 울부짖음은 사악함과 공포로 가득했다. 그들은 마치 불운한 인간들의 살로 배를 채우려는 수리들처럼 도성의 하늘 위를 끊임없이 선회했다. 나즈굴은 사정거리 밖으로 시야를 벗어났다가 나타나곤 하면서 무시무시한 소리로 허공을 찢어놓았다. 새로이 울부짖을 때마다 그 소리는 점점 더 견딜 수 없는 것이 되어갔다. 결국 용기 있는 병사들 조차 숨은 위협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면 땅바닥에 몸을 던지거나 멍하니 선 채 손의 힘이 풀려 무기를 떨어뜨리곤 했다. 그럴 때마다 병사들의 마음속으로 암흑이 스며들어 더 이상 전쟁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채 숨거나 기거나 아니면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반지의 제왕 5권p. 131)


부서진 성문을 지나 나즈굴의 대장이 말을 타고 들어왔다. 화염을 배경으로 선 크고 검은 형체는 절망적인 위협만큼이나 거대해 보였다. 이때껏 그 어떤 적도 통과한 적이 없는 아치 아래를 통과해 들어오는 나즈굴의 대장 앞에 모든 병사들은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반지의 제왕 5권p. 140)

지금 세상에는 하늘을 날라 다니는 익룡이나 나즈굴 같은 존재는 없다. 그렇지만 드론과 같은 인류의 利器가, 앙증맞은 귀여운 수벌이라는 이름의 ‘드론’이 무서운 힘을 탑재하게 되면 공포의 화신 ‘나즈굴’과 같은 존재로 변신하는 현실이 다가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