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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➇ 아르고나스 : 회색 거인-왕들의 기둥

간천(澗泉) naganchun 2020. 1. 20. 10:47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➇ 아르고나스 : 회색 거인-왕들의 기둥

 


                                                                                           * 사진 출처 : 구글

이 연재는 반지의 제왕을 통해서 자연 환경과 기술과 그리고 과학과 인간이 풀지 못한 다양한 수수께끼같은 과제들을 생각해 보는 글쓰기 작업이다. 이번에는 거대한 석상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인간의 역사에서도 고대 시대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조형물이 있었다. 마치 판타지에서나 묘사 될 법한 거대한 석상들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하는 의문은 지금도 풀지 못하고 있는 갓이 사실이다.

이 세계와 다른 세계, 판타지 속에 그려진 조형물에는 우리 지구라는 공간의 인간들의 유사 이래의 동서양의 다양한 예술 문화의 혼합으로 만들어 낸 아트(ART)가 느껴진다.


이 세계와 다른 세계, 판타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거대 석상, 그 예술 양식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판타지 소설 역시 인간이 창작한 세상이기에 아예 없는 것을 창조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상상을 곁들여서 비유도 하고 패러디도 할 것이다. 일부러 비유를 해서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더라도, 작가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은연중에 작가가 살아온 역사, 경험, 배움이 작품 속으로 스며들었을 수 있다. 아예 이 지구상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의 어려움이 느껴진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거대 석상의 묘사를 들여다보자.

왕들의 기둥인 저 아르고나스를 보시오! <반지의 제왕 2권 p. 280>

---생략

그쪽으로 실려가던 프로도의 눈앞에 그 거대한 기둥들은 흡사 탑처럼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에게는 그것들이 마치 아무 말 없이, 그러나 위협적인 자세로 서 있는 거대한 회색 거인들처럼 보였다. 다음 순간 그는 그것들이 정말 돌을 새겨 만들어놓은 조각품임을 알았다. 그 옛날 장인의 솜씨와 권력이 그것들을 만들어 세웠던 것인데, 잊혀진 오랜 세월의 햇빛과 비를 맞은 뒤에도 여전히 예전의 강대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깊은 물 속에 박아놓은 커다란 받침대 위에 두 왕의 거대한 석상이 서 있었던 것이다. 그 석상들은 흐릿해진 눈에 갈라진 왼손은 경고의 표시로 밖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고 있고 오른손에는 도끼 한 자루씩을 쥐고 있었다. 머리 위에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투구와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왕국의 말없는 파수꾼인 그들은 지금도 위대한 권력과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지의 제왕 2권 p. 280>


아라고른에게 곤도르의 왕국과 그 고대사며 에뮌 무일의 이 이상한 변경에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위대한 유물들에 대해 묻기도 했다. 왕들의 석상과 라우와 헨의 망루들, 라우로스 폭포 옆에 있는 거대한 층계에 대해서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말은 내내 프로도와 반지로 돌아가곤 했다. <반지의 제왕 2권 p. 294>


문학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그럴듯하고 매력적인 가상의 세계를 선보인 반지의 제왕의 무대는 중간계라고 한다. 중세시대의 어느 지역을 중간계로 여기게 하기도 하지만 반지의 제왕을 창작한 톨킨은 우리가 아는 중세시대나 인간의 고대시대와 선사시대 그리고 미래의 그 어느 세상에 끼워 맞추지 못하도록 무던히도 애썼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이 묘사는 그 시대를 반영한 것이겠구나!’ 하고 단정 지어서 생각의 틀을 좁히는 것을 엄중하게 경고하는 듯이 말이다.


소설 속 이 장면을 영화로 묘사한 부분에서는 그 거대한 조형물에 압도당하게 된다. 그 조형물들을 보면서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길 유적에서 볼 수 있는 조각품의 믹스된 느낌이 들지만 어딘지 모르게 뭔가 서양 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동양적 요소가 배여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실크로드 곳곳에 남겨진 거대한 암각 불상들이 오버랩된다.


서양적인 조형 양식과 동양적인 조형 양식의 조화로 탄생한 조각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영화에 묘사된 이미지를 보고나서 느끼는 것이지만 말이다.


중간계가 이 지구상 어느 지점이나 시대를 말하는 것이 아닌 가상의 공간과 시대이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통합하거나 해서 빚어낸 양식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소설로만 볼 때는 고대 로마시대의 유적이 아닐까 하는 착각도 들지만, 그 고대 로마시대로 국한시키기는 것은 너무나 한정되고 편협한 사고라고 여겨진다. 그런 생각으로 무엇이든 가능한 판타지의 세계를 일갈하는 것은 무례한 일인지도 모른다.


작은 조각품도 누가 만들었는지, 작은 생각도 누가 했는지 그 크레딭을 메기고 저작을 행사하는 요즘 세상이다. 그 거대한 석상들은 과연 누가 만들었는가 말이다. 어느 한 사람의 작업은 아니어서 모두를 나열하지 못해서 후세에 남겨지지 않은 것일까. 아니면 신이 하셔서, 그냥 인간을 도우신다고 작업을 하시고는 마치 남에게 공을 돌리듯, 공을 내세우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이 또한 미스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