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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기타/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➂ 한 입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른 빵 ‘렘바스’

간천(澗泉) naganchun 2020. 1. 8. 12:40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➂ 물과 에너지와 식량

한 입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른 빵 ‘렘바스’에 대해서



요정들이 또 한건 힛트친다. 요정들이 반지원정대에게 나누어 준 비상식량 말이다.


간식은 간식이지요. 요정들이 대꾸했다. 하지만 우리는 길참이라는 뜻에서 렘바스라고 부르오. 인간이 만든 어떤 음식보다 원기를 돋궈주고 여느 간식보다 훨씬 맛있다오. <반지의 제왕 2권 p. 245>


피로도 그들의 가슴속에 붙은 불을 꺼뜨릴 수 없는 것 같았다. 모두들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그런 채 사방이 트인 황무지를 지나갔다. (생략) 그들은 렘바스를 선물로 준 로리엔의 여주인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여겼다. 뛰어가면서도 그것을 먹고 새로운 힘을 얻곤 했던 것이다. <반지의 제왕 3권 p. 33>


모든 생물체는 적절한 식량을 지속적으로 섭취해야만 생명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물과 에너지와 식량은 인간 삶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원이다. 인구는 늘어나고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토지는 줄어들며, 육류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등, 환경 문제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반지의 제왕에 나온 요정이 만들어 준 ‘렘바스’는 긴급한 사태를 대비해 비축해놓을 수 있는 비상식량과도 같다. 한 입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르며 적은 양으로도 살아남는 데 필요한 열량을 전달할 수 있는 고칼로리 간식. 반지의 제왕 영화에서는 ‘두터운 비스킷’ 혹은 ‘스콘’처럼 노릇 노릇 구워진 조금 단단한 느낌으로 묘사되고 있다. 나무 잎사귀에 싸서 보관하면 휴대도 간편하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보존성이 좋다.


호빗족이나 인간들은 모두 반지를 없애기 위한 원정 과정에서 최소한의 물과 빵으로 견뎌야 하기 때문에라도 ‘렘바스’에 매우 만족 해 한다. 하지만 반지에 중독된, 괴물이 되기 이전에는 인간이었던 ‘골룸’은 야생에서 물고기를 잡아 먹는 등 날것에 입맛을 들여서인지 렘바스를 싫어한다. 혼자 먹기에도 아까운 것을 나눠 주어도 뿌리치고 먹지 않는다.


그것은 왜 그럴까하고 생각 해 볼 여지가 있다. 괴물들은 작은 것에서 만족할 줄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씹는 식감의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단순한 먹거리에 실증을 내는 것일까. 요정 나라의 순수한 자연 소재로 만든 요정의 빵을 먹으면 몸이 어딘가 이상해지는가? 아니면 무엇일까? 그냥 스프처럼 훌훌 넘긴다거나 캡슐처럼 생긴 것 한 알만으로 만족할 수 없는 어떤 포식자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까. 양보다는 질을 따지는가.


지금도 다이어트를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조금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는 음식, 적게 먹어도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 등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식량난이 극심해졌을 때 과연 그 효과를 발휘할 만한 획기적인 발명품은 아직이다. 인류는 그렇게 한 알로 승부를 걸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 ‘먹는다’ 에는 단순히 생명유지만이 아닌 ‘맛’을 추구하는 욕망이 존재한다. 배양육, 식물성 고기 및 식용곤충과 같은 대안식량 개발과 수많은 센서와 계측을 활용하는 디지털 농업으로 농업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어도 인류의 식문화에 대해서는 포기하지 않는다. 식량은 맛과 같은 기호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에서는 전쟁을 마무리하면서 만찬을 준비하는 대목이 나온다.


사람들은 대부분 식탁에 어떤 음식이 차려질 것인지 미리부터 알고 싶어 하지만, 잔치를 준비하는 이들은 비밀을 감추고 싶어 하게 마련이지. 놀라움이 찬사를 드높여 줄 테이까. <반지의 제왕 6권 P. 130>


음식과 식사에 대한 기대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점심시간 때를 기다리며 무엇을 먹을까하고 ‘메뉴를 고르는 고민을 하면서도, 먹는 것과 관련된 활동을 즐거운 일로 여기기도 한다. <물론 먹는 일이 고통스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


지금도 앞으로도 인류가 살아가는 동안 쭈~욱! 먹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는 그런 과제를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인류는 지혜를 짜내고 연구를 이어나가면서 직면한 난관을 타개해 나갈 것이다.

어떻게 덜 쓰고 더 얻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먹는 즐거움 이전에 간소하고 절제되며 자연친화적인 식습관으로.

‘한 입만 먹어도 충분히 배부른 빵’ 에 담긴 절제 정신으로.

그리고 ‘자연’ 이라는 소재와 자연 자원 속에서 융합과 새로운 혁신으로, 지속가능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