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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➁ 마법의 망토와 '카무플라주(프.camouflage)'

간천(澗泉) naganchun 2020. 1. 6. 06:36

2020 ‘내가 쓰고 싶은 특집’

‘반지의 제왕’을 소환하다

➁ 마법의 망토와 '카무플라주(프.camouflage)'





카멜레온이나 기타 보호색을 지닌 동물 등이 주변 자연에 따라 자신의 몸의 색을 바꾼다거나, 바닷 속 물고기들이 해초로 위장을 한다거나 거대한 상어나 동물에 대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작은 물고기들이 뭉쳐서 거대한 덩어리를 형성하는 등,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환경과 비슷한 모습으로 몸을 바꾸는 등, 식물과 동물 들은 각기 스스로가 생존해나가기 위한 전략 '카무플라주(프.camouflage)'을 가지고 있다.



패션에도 카무플라주가 적용된다.

사람들도 전쟁에서는 카키색과 녹색 계열의 알록달록한 자연무늬와 녹색과 연녹색으로 이뤄진 옷을 입기도 하고. 철모에는 나뭇가지를 장식해서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고심을 하기도 한다. 밀리터리룩 또는 카무플라주룩 등으로 불린다.


완전히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하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더욱 주변 환경과 유사하게 위장해 자신을 숨기는 '카무플라주(프.camouflage)'기술을 연마해 왔다.


카무플라주는 유기체의 몸 빛깔을 주변 환경과 식별하기 어렵게 위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는 방법으로 위장(僞裝) 또는 변장(變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불리하거나 부끄러운 것을 감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카무플라주로 표현될 수 있다. 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 말이다. 동물이 다른 동물의 모양, 색채, 행동, 소리, 냄새 등을 흉내 내고 포식자를 속여서 자연의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는 현상인  ‘의태(Mimicry)' 와 유사하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요정의 망토는  훌륭한 카무플라주다.


반지의 제왕(한글판 번역본을 기준으로), 반지원정대 2권 p. 246를 보자.

「마법의 망토라니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요정들을 인솔해온 우두머리가 대답했다. 이 옷들은 이 땅에서 만든 것이므로 훌륭한 의복이며 천 자체도 좋은 것이오. 그런 의미에서라면 확실히 요정의 옷이라고 할 수 있소이다. 나뭇잎과 나뭇가지, 물과 바위,, 이 옷들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로리엔의 황혼에 잠긴 이 모든 사물의 색조와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오.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모든 물건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의 생각을 투사하니까 말이오. 하지만 이건 옷일 뿐 갑옷은 아니기 때문에 창이나 칼날을 막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여러분들에게 요긴한 옷일 거요. 입기에 가벼운 데다가 때에 따라서 따뜻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하니까 말이오. 그리고 바위산 위를 걷든 숲 속을 걷든 적의 눈을 피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요. 게다가 우린 전에는 한 번도 우리의 옷을 외부인들에게 입힌 적이 없었다오. 」


그리고 두 개의 탑(3권 p. 33) 에는

「피로도 그들의 가슴속에 붙은 불을 꺼뜨릴 수 없는 것 같았다. 모두들 거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은 그런 채 사방이 트인 황무지를 지나갔다. 요정의 망토를 입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배경이 되는 녹회색 들판 위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한낮의 눈부신 빛 속에서도 요정의 눈이 아니라면 아주 가까이 다가와도 모를 정도였다. 그들은 렘바스를 선물로 준 로리엔의 여주인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여겼다. 뛰어가면서도 그것을 먹고 새로운 힘을 얻곤 했던 것이다. 」 라는 부분이 나온다.


요정나라에서 선물을 받은 ‘요긴한 망토’ 덕분에 반지원정대는 여러 차례의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완전히 신체가 투명해져서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변 자연에 동화되어서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가리고자 할 때는 충분히 숨길 수 있는 망토로 묘사되고 있다.


요정의 망토는 21세기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비건 패션’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비건(vegan)'이란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데, 비건 패션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건'과 패션을 결합한 말로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고 만든 옷이나 가방, 악세사리를 통칭한다. 요정의 망토는 바로 비건 패션이다.


문학의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그럴듯하고 매력적인 가상의 세계를 창작한 톨킨. 환경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은 평생 사그라든 적이 없으며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카무플라주(프.camouflage)' 기술 구현을 위한 현대 기술 연구는 많은 진척이 있을 것이다. 기발한 특수 소재를 사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혀 새로운 그 무언인가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마법의 망토가 발전해서 신체 전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투명’기술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요정의 망토'는 말하고 있다. 인간의 궁극의 도피처, 인간을 끝내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자연’이라는 것을.

어쩌면 요정의 망토에 담긴 ‘자연주의’ 코드는 지금 현재, 그리고 미래에 까지 적용되는 불변의 가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