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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17화. 나는 생각이 좁았다(내편 덕충부)

간천(澗泉) naganchun 2009. 7. 29. 06:10

Ⅲ. 겉모양보다 덕이 뛰어난 사람들  

제17화. 나는 생각이 좁았다(내편 덕충부)

제18화. 하늘이 벌을 주었다(내편 덕충부)

제19화. 빈 채로 가서, 채워서 돌아온다(내편 덕충부)

제20화. 간과 쓸개도 초나라와 월나라 같다(내편 덕충부)

제21화. 흐르는 물에 비추어 보지 않고, 멈춘 물에 비추어 본다 (내편 덕충부)

제22화. 덕이 뛰어나면 겉모양은 잊어버린다(내편 덕충부)

 

   장자는 세상 사람들이 인간의 외모에 집착하는 점을 타파하고, 참 된 덕이란 형체를 초월한 높은 내면성에 있음을 밝히려 한다. 도를 체득한다는 것은 인간이 세속적인 가치관이나 상대적인 편견을 초월하여 자기의 내면에 절대적인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참된 덕을 지닌 인간이란 그 외모에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다. 인간은 육체적으로 가장 비참한 상태에 있을 때야 말로 정신적으로는 가장 숭고함이 그 육체에 깃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장 추한 사람, 발이 잘려 절뚝거리는 사람, 꼽추나 언청이나 혹이 달린 사람 등 기형적인 불구자들을 통하여 참된 도를 말하게 한다. 곧 그 사람의 덕이 뛰어나면 그 겉모양을 잊어버리는 바가 있음을 강조하려 한다.

이에 대하여 이제 여섯 가지  이야기로 나누어 보기로 한다.

 

제17화. 나는 생각이 좁았다(내편 덕충부)

 

  어느 날 숙산무지(叔山無趾)라는 올자(兀者=형벌로 발이 잘린 사람)가 공자를 찾아뵈었다. 공자는 그에게 “원래 그대는 젊은 시절에 행동을 삼가지 않아서 오늘날 발이 잘리게 되었다. 새삼스럽게 이제 나를 찾아왔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하고 꾸짖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무지는 “사실 나는 젊어서 인간이 해야 할 도리도 행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가벼이 해서 발을 잃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온 것은 실은 발보다도 더 소중한 것을 생각해서 그것을 온전하게 하기 위하여 찾아온 것입니다. 원래 하늘은 만물을 덮어주고, 땅은 만물을 실어줍니다. 하늘과 땅은 사사롭게 덮어주거나, 사사롭게 실어주지는 아니합니다. 나는 오늘까지 선생을 하늘과 땅 같은 위대한 사람으로 믿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나의 과거의 행동이 불량하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태도로 대하는 것은 선생도 아직 도량이 좁습니다.”하고 역으로 공자를 치는 것이다.

 

  그 말을 들은 공자는 몸 둘 바를 모르게 부끄럽고 후회가 되어 “내가 잘못했소. 나는 생각이 좁았소. 들어오시오. 이제부터 함께 도덕상의 야기를 나눕시다.” 하고 말했으나, 무엇을 생각했는지 그 무지는 방을 나가고 말았다. 공자는 뒤에 제자들을 향하여 “너희들은 주의하는 것이 좋겠다. 저 무지라는 사나이는 죄인이고 발이 잘렸으면서도, 더욱 이제부터는 몸을 수양하고 과거의 잘못을 보충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너희들은 아직 발도 잘리지 않았으니까 한층 이제부터는 몸을 삼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하고 가르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