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화. 지혜로는 성인이 될 수 없다(외편 천지)
공자가 노자에게 물었다.
“여기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는 도를 닦아서 옳거니 옳지 않거니 그렇거니 그렇지 않거니 하는 변론에 익숙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자랑삼아 말하기를 ‘나는 견백동이(堅白同異)의 뜻을 분별하기를 마치 해와 달을 하늘에 달아놓은 듯 환하다.’고 하니. 이런 사람이면 성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노자가 대답하여 말하였다.
“그런 사람은 백성들의 부역을 맡아보는 관리나 자기의 기예로 말미암아 도리어 거기에 속박을 받는 기예가(技藝家)와 같이 몸을 괴롭히고 마음을 졸이는 사람이오. 삵을 잡는 개는 얽매여있어 근심이 있고, 원숭이의 재주는 포수를 불러오지 않던가요? 나는 당신에게 당신이 일찍 듣지 못하고, 당신이 일찍 말하지 못한 것 곧 도를 일러 주겠소. 무릇 머리와 발이 있어 형체를 갖추었어도 마음이나 귀가 없는 곧 지각이나 견문이 없는 사람은 많고, 또 형체가 있는 사람으로서 저 형상이 없는 것 곧 도와 함께 존재하는 사람은 전연 없는 것이오. 사람이 움직이고 멈추는 것이나 죽고 사는 것이나 흥하고 망하는 것은 다 사람의 힘이 관여할 바가 아닌 것이오. 그 다스림은 사람에 있는 것으로서, 무위에 맡겨두면 사물도 잊고 하늘도 잊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자기를 잊음’ 곧 망기(忘己)라 하오. 자기를 잊은 사람이야말로 하늘에 들어가 하나가 된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것이오.”(외편 천지)
인위적인 지혜에 힘쓰는 사람은 성인이 될 수 없다. 오직 무위에 맡겨둠으로써 하늘을 잊고 사물을 잊고 자기를 잊는 사람만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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