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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86화. 호수(濠水) 위의 문답(외편 추수)

간천(澗泉) naganchun 2010. 8. 18. 04:24

 

제86화. 호수(濠水) 위의 문답(외편 추수)

 

 

   어느 날 장자는 친구 혜시와 함께 호수의 다리 위에서 놀고 있었다. 아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많은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거기서 장자가 먼저 말을 꺼내어 “고기는 유쾌히도 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혜시는 물론 이 사람도 명가의 명인이니까, 곧 그에 웃으며 받아친다. “자네는 고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고기가 즐기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자네로서 어찌 알겠는가?.” 하고 말하였다.

   과연 그렇다. 실은 고기는 대단히 걱정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말에  대하여 장자는 곧 반박한다. “그렇다 나는 고기는 아니다. 그러나 자네는 내가 아니니까, 내가 고기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알고 있지 않은지 자네로서는 알고 있을 이가 없다.”고  말하여 이를 받아쳤다. 그래서 여러 가지 논의를 했는데, 최후에 장자는 “그러면 그 근본부터 차례로 알아보기로 하세. 자네가 나에게 ‘자네는 물고기가 아니다. 그러니까 어찌 물고기가 즐기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자네로서 어찌 알겠는가?’ 하고 물은 것은 이미 내가 그것을 안다고 여겼기 때문일 걸세. 나는 이 호수의 다리 위에서 저 호수 밑의 물고기와 일체가 되어 마음속으로 그 즐거움을 알았던 것일세.”(외편 추수) 하고 말하고 논의를 그쳤다.

   조금 이 말은 복잡해졌지만, 그때 장자의 생각으로는 혹시 혜시가 장자에게 “자네는 고기의 마음을 알 수 없다.”고 말한다면 그 순간에 혜시 스스로는 자신이 장자의 마음속을 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 된다. 만일 갑이라는 자가 을이라는 자의 마음을 안다는 전제를 시인한다면, 이번 장자가 아닌 고기의 마음을 안다는 것도 시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장자는 혜시를 다변가라고 비판하면서도 실은 본인 자신은 이와 같이 명가의 다변을 좋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