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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의 고전/장자 이야기 백 가지

제85화. 올빼미의 썩은 쥐(외편 추수)

간천(澗泉) naganchun 2010. 8. 14. 05:32

 

Ⅹ 장자와 혜시

 

 

   제85화. 올빼미의 썩은 쥐(외편 추수)

   제86화. 호수(濠水) 위의 문답(외편 추수)

   제87화. 성인에게는 정이 없다(내편 덕충부)

   제88화. 쓸모없는 것이 쓸모가 있다(잡편 외물)

   제89화. 큰 박은 쓸모가 없다(내편 소요유)

   제90화. 가죽나무와 들소(내편 소요유)

   제91화. 혜시의 궤변을 비판하다(잡편 서무귀)

   제92화. 나이와 더불어 새로이 살다(잡편 측양)

   제93화. 상대할 사람이 없으니 할 말도 없다 (잡편 서무귀)

 

 

 혜시(혜자)는 장자와 같은 송나라 출신으로 장자보다 연장인 듯하다. 그는 박학능변으로 널리 알려진 제자백가 중 명가(名家)에 속하는 학자이다. 명가란 형식논리를 구사하여 상대의 이론을 굴복시키는 말재주를 능사로 하였다. 당시에는 이러한  말재주가 국가간의 외교상 중요한 무기로 여겨졌었다. 그래서 위(魏)나라 혜왕(惠王)(재위bc370-319), 양왕(襄王)(재위bc318-296) 두 왕 때에 위나라 재상으로 벼슬을 하기도 하였다. 장자는 혜시를 동향 선배로서 그 학문에 관해서는 특별한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영향을 받기도 하였으나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여러 가지 토론의 적수가 되었었다.

  혜시는 장자를 비판하기를 장자의 사상은 너무나 초세속적이어서 현실에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하여 장자는 <무용의 용>이라는 말로써 응대한다. 세속에 얽매인 인간의 눈은 고정화되고 습관화되어 기성의 가치체계에 못 박혀 있으므로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자유로운 가치, 참 유용함을 모르고 있다. 세속의 인간들이 모르는 자유로운 가치와 참 유용함을 세속의 인간들이 무용하다는 데서 찾는다. 이것이 <무용의 용>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장자에 나타난 두 사람의 논담을 보기로 한다.

 

 

제85화. 올빼미의 썩은 쥐(외편 추수)

 

 

  장자에게 혜시(惠施)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는 양(梁)나라의 총리가 되어서 매우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장자는 옛날의 친구이기도 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양나라에 가서 그와 면회를 하려 했다. 그런데 혜시 쪽에서는 간단하지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재빨리 혜시에게 충고하기를 “이번 당신의 친구인 장자가 찾아온 모양인데, 이는 방심할 일이 아닙니다. 혹시 당신을 대신하여 양나라의 총리가 되려는 것인지 모릅니다. 주의를 해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에 혜시는 갑자기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단히 두려워하여 나라 안에 수배령을 내리고 사흘 밤낮을 찾게 하였다. 그 소문을 들은 장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혜시를 찾아갔다.

“떠들지 말게. 떠들지 마라.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네. 옛날 남쪽에 원추(鵷鶵)라는 새가 있었네. 그대는 그 새를 아는가? 그 원추는 매우 빼어난 새로 아침에 남쪽 바다에서 떠나 저녁에 북쪽 바다로 날아가는데, 그 도중에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연실=練實)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단물이 나오는 샘물(예천=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네. 그런데 하늘을 날아가던 원추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래쪽에 마침 올빼미 한 마리가 썩은 쥐를 잡고 그나마 매우 소중하게 끼어 가지고 있었는데, 원추가 그 위를 기분 좋게 날아가는 것을 올려다본 올빼미는 그 썩은 쥐를 빼앗길까봐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네. 그대는 지금 양 나라의 총리라는 쪼그만 것을 소중히 껴안아서 내가 이 나라에 왔다고 해서 금방이라도 그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워하는 것은 마치 그 올빼미와 같은 것일세.”(외편 추수) 하고 비웃었다고 한다.

   옛날에는 오동나무는 봉황이 날아 앉는 영목(靈木)이라 했다. 또 대나무의 열매 곧 연실(練實)은 3천년이나 5천년 만에 처음 열매가 맺으므로 흔한 것이 아니다. 단물이 나오는 샘물 곧 예선(醴泉)은 원래 자연의 감로천(甘露泉)이므로 상서로운 징조가 계속되는 태평한 세상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원추가 “오동나무가 아니면 쉬지 않고, 대나무 열매(연실)가 아니면 먹지 않고, 단물이 나오는 샘(예천)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함부로 자신의 몸을 쉬게 하거나, 아무런 것이나 먹고, 마시지는 아니 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처럼 장자는 스스로를 고고한 품격을 갖춘 원추라는 새에 비기고 혜시를 썩은 쥐나 아까워하는 올빼미에 비겨서 응대함으로써 혜시를 무안하게 하였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이처럼 장자는 세속적인 영달을 초월하여 고고하게 살려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이런 터이므로 장자란 사람은 일생 동안 큰 관직에는 있지 못한 것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