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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대

돌봄의 시대 31 몽글몽글 젤리와의 전쟁 : 기저귀를 뜯어서 버리는 어르신의 놀이

간천(澗泉) naganchun 2025. 5. 24. 05:47

아이들은 성장하고 기저귀를 떼지만,

어르신들은 성장의 반대편에서 기저귀를 다시 만난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은 때로는 아이를 돌보는 일과 참 많이 닮아 있다. 특히, 매일 착용하는 기저귀와 관련된 이야기는 더더욱 그렇다. 기저귀는 어르신들의 편안함을 위해 필수적인 도구지만, 때로는 이 작고 강력한 물건이 우리 요양보호사들에게는 크나큰 미션이 되기도 한다.

 

기저귀는 어르신의 피부에 가장 먼저 닿는 물건이다. 안감부터 흡수층, 방수층까지 과학적으로 설계된 이 물건은 어르신들이 소변과 대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해 준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야 하는 기저귀가 얼마나 갑갑할까? 특히, 어떤 어르신들은 그 갑갑함을 참지 못하고 손을 사타구니 쪽으로 가져가 기저귀를 뜯기 시작한다.

 

“아니, 또 시작이시네…”

바닥에는 젤리처럼 몽글몽글한 기저귀의 내용물이 흩어져 있다. 물기를 머금은 고분자흡수체는 흩뿌려진 눈처럼 바닥에 널려 있다. 한 손이 불편해도 기어코 한쪽 손으로 기저귀를 뜯어내고, 그 조각들을 침대 주변으로 마구 흩뿌리시는 어르신. 그것을 쓸어 담으려면 알갱이처럼 흩어진 젤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수습해야 한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어머니…”

하지만 그녀는 태평하다. 우리를 바라보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깜빡인다. 우리는 한숨을 쉬며 물수건으로 젤리를 닦아내고, 바닥을 닦고, 다시 새로운 기저귀를 가져와 교체한다.

 

이 일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보호자와 상의 끝에 나온 해결책은 손에 장갑을 끼우고 침대 안전바에 살짝 묶어두는 것이었다. 식사 시간, 간식 시간, 기저귀 케어 시간에는 풀어드리지만, 장시간 누워 계셔야 하는 시간에는 장갑을 채우기로 했다. 물론 이것이 인권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보호자와의 협의 아래 이루어진 선택이었다. 어르신의 피부 건강을 지키고, 요양보호사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절충점이었다.

 

어르신들이 갑갑해서 기저귀를 뜯으시는 걸 보면 어린아이가 갑갑한 옷을 벗어 던지는 모습이 떠오른다. 어르신은 자신이 저질러 놓은 일에 대한 자각이 없다. 그저 그 갑갑함을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다. 우리가 뒤처리를 하며 “으이그, 어머니 또 시작이시네요”라고 말을 걸어도, 어르신은 우리를 멍하니 바라본다. 어떤 날은 그냥 태평한 얼굴로 코를 골며 주무시고 계신다.

 

그럴 때 어르신들도 참 귀엽다. 자고 있는 모습, 편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아이를 보는 것 같다. 울고 웃고, 뭔가를 요구하고, 때로는 소리치고, 그리고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잠드는 모습까지. 아이와 어르신의 삶은 한 바퀴를 돌아 다시 닮아간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복도를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상태를 점검한다. 기저귀를 또 뜯고 계신 건 아닌지, 침대 주변이 젤리로 뒤덮인 건 아닌지 확인하며 방마다 들른다. 어르신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주무시고 계신 모습을 보면 비로소 안심하고 다음 방으로 발길을 옮긴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태평한 표정으로 “훗” 하고 웃으셨다. 어쩌면 우리를 보고, 자신의 짓궂은 장난을 떠올리며 웃으신 건지도 모른다. 그 모습을 보며 피곤한 하루 속에서도 웃음이 터졌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기저귀를 떼지만, 어르신들은 성장의 반대편에서 기저귀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마지막 여정을 함께하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깨끗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어머니는 오늘도 몽글몽글 젤리를 한가득 흩 뿌리셨네요!!”

우리는 그들의 젤리 같은 하루를 치우며 어르신들의 무심한 얼굴과 평화로운 태평함 속에서 하루 하루 일을 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