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은 해와 달 같다.
자공(子貢-BC520 ?-?)은 공자보다 나이가 31세나 어린 공자의 제자로서 공문십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사람으로서 춘추시대 말기부터 전국시대에 걸쳐 활약했다. 본명은 단목사(端木賜)로 성은 단목이고 이름은 사(賜)이며 자(字)는 자공(子貢)으로 위(衛)나라 사람이다. 말 재주가 뛰어나 위(衛)나라나 노(魯)나라에서 그 외교 수완을 발휘했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따르면 자공은 노나라와 제(齊)나라 재상을 역임했다고 하며, 또 <화식열전(貨殖列傳)>에 그 이름이 오를 정도로 상재(商材)의 행운을 얻어 공문에서 가장 부자였으며. 공자가 14년간 주유천하를 하고 유세를 다닐 때에 모든 재정을 부담하기도 하였다 하며, 공자가 죽자 장사를 도맡아 치렀고, 다른 제자들과 함께 3년 시묘를 살았는데 자공은 그 후에 또 3년을 더 시묘를 살아 도합 6년간 시묘를 살았다 한다. 공자 사후 제자들의 실질적인 관리자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 사람이다.
어느 날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자공에게 “그대는 누구를 스승으로 삼고 있는가?” 하고 물었다. 자공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중니(仲尼=공자)가 저의 스승이십니다.”하고 말했다. 그러자 경공은 자공에게 “중니는 훌륭하신가?” 하고 물었다. 이에 자공이 곧 대답하여 말하기를 “훌륭하십니다.” 하고 말했다. 그러나 경공이 되묻기를 “어느 정도로 훌륭하신가?” 하고 묻자 “저는 모릅니다.” 하고 대답했다. 경공은 이상하게 여겨서 “그대는 중니가 훌륭하다고 하면서 그 훌륭함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고 하니 어쩐 말인가?” 하고 말했다. 그러자 자공이 말하기를 “사람들은 누구나 모두 하늘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높이가 어떤지 하고 묻는다면 모두 모른다고 대답하겠지요. 이처럼 나는 중니가 훌륭함을 알고 있지만 그 훌륭함이 어떤 것인지는 모릅니다.”(說苑). 하고 공자의 훌륭함을 하늘에 비유하여 대답했다고 한다.
또 어느 날 노나라 대부인 숙손무숙(叔孫武叔)이 “자공은 공자보다 뛰어나다.” 고 말하는 것을 들은 노나라 대부인 자복경백(子服景伯)이 이 말을 자공에게 전하였다.
자공은 말하기를 “사람을 집에다 비유한다면 내 집은 담이 겨우 어깨 높이 밖에 되지 않으므로 집 내부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스승님의 집은 담의 높이가 몇 길이나 되기 때문에 대문을 거쳐 안으로 들어가 본 사람이 아니면 담 안에 있는 종묘의 웅장한 모습이라든지 그 안에 있는 백관들의 위엄 같은 것을 얻어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문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아는 사람마저 많지 않으니 숙손무숙이 그런 평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지요.”(논어 자장편) 하고 그럴 사한 예를 들어서 공자가 뛰어나다는 것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런데 숙손무숙이 자공 앞에서 공자를 헐뜯어서 말하였다. 이에 자공이 말하기를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마시오. 당신이 무슨 소리를 해보아도 우리 스승님을 손상시킬 수는 없소. 다른 사람은 현명하다 해도 언덕 높이 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를 넘으려면 넘을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우리 스승님은 해와 달 같아서 아무리 해와 달과 맞서 보아도 해와 달에 무슨 영향을 줄 수 있겠소. 그것은 거리와 크기를 미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오.” (자장)하고 반박하였다.
그리고 진자금(陳子禽)이 자공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겸손하기 때문이지 공자가 어떻게 당신보다 나을 수 있습니까?” 하고 말하자, 자공은 이렇게 타일렀다. “내가 우리 스승님을 따를 수 없는 것은 마치 사다리를 놓고 하늘에 올라갈 수 없는 것과 같소.”(논어 자장) 하고 말했다 한다.
그는 참으로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사람(富而好禮者)이며, 충심으로 공자를 존경했던 제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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