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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 보따리/일화 보따리

양녕대군의 여색을 경계한 세종

간천(澗泉) naganchun 2012. 1. 4. 11:59

 

양녕대군의 여색을 경계한 세종

 

 

양녕대군이 평안도를 유람하게 되어 세종은 형인 양녕대군에게 "제발 여색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몰래 평안도 관찰사에게 명하기를

"만일 양녕대군이 기생을 가까이하거든 즉시 그 기생을 역마에 태워 서울로 올려 보내라"라고 하였다.

양녕은 세종과의 약속도 있고 하여 가는 곳 마다 기생의 수청을 물리치고 근신하였으나, 그가 평안북도 정주에 이르렀을 때 그만 양녕의 마음을 사로잡는 절세의 미인이 나타났다.

양녕은 그날로 동침하고 귀신도 모르리라 자신했다.

 

그래서 시를 지어 하룻밤 풋사랑을 읊기를

"아무리 달이 밝다하나 우리 두 사람의 베게를 들여다보진 못할 것이다.

그런데 바람은 어이해서 신방을 가린 엷은 휘장을 걷어 올리는가"라 하였다.

 

그러나 이튿날 정주수령은 이 기생을 역마에 태워서 서울로 보냈다.

세종이 기생에게 명하기를

"너는 양녕대군이 읊은 시를 노래로 불러 익혀두라" 하였다.

 

양녕은 이런 사실도 모르고 유유히 서울로 돌아와 세종을 알현하였다.

세종 : 잘 다녀오셨습니까. 제가 신신당부한 말씀을 잘 지켜주셨는지요?

양녕 : 물론입니다. 어찌 어명을 어기겠습니까? 한 번도 여색을 가까이 한 일 없 습니다.

세종 :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제가 형님의 노고를 덜어 드리고자 가무를 준비하였습니다.

양녕은 기생이 나와 노래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다.

그런데 가사를 들어보니 자신이 지은 시구가 아닌가.

깜짝 놀란 양녕은 그 자리에서 땅에 엎드려 용서를 빌었다.

세종은 웃으며 뜰에 내려와 형님의 손을 잡고 위로하면서 그날 밤 그 기생을 양녕댁에 보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