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살구 이야기
장백산 서쪽에 부인의 묘라 하는 묘가 있었다. 누구의 묘인지는 잘 모른다. 위(魏)나라 효소제(孝昭帝) 때에 명을 내리기를 천하의 준재를 뽑는다고 했다. 청하(淸河)의 최나십(崔羅什)이라는 청년은 아직 약관인데 재주가 있다는 소문이 나서 불려가는 도중 해가 저물어 이 묘의 가까이를 지나자 갑자기 주문분벽(朱門粉壁)의 누대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 사람의 시녀 같은 여자가 나와서
“아가씨가 당신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고 말하는 것이다.
최는 말에서 내려 따라가 이중문을 지나자 또 한 사람의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그를 안내하였다.
“여장을 하고 있으므로 그대로는 안방 깊숙이 지나가기는 너무나 실례가 됩니다.”하고 최는 일단은 사양을 하였다.
“아가씨는 시중인 오질(吳質)이라는 사람의 따님으로 평릉(平陵)의 유부군(劉府君)의 아내인데 부군은 먼저 돌아가셔서 지금은 쓸쓸히 지내고 계십니다. 결코 사양하지 마십시오.”하고 여인은 최를 유도하였다.
유도하는 대로 지나가니 그 여인이 방 입구에서 맞았다. 다시 두 사람의 시녀가 촛불을 들고 있었다.
최는 물론 환대를 받고 그녀와 무릎을 마주 대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매우 재주가 뛰어나서 풍아의 이야기를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이런 곳에 이런 사람이 살고 있을 이가 없다. 단순한 인간이 아닐 것이다. 하고 최는 내심으로는 의심을 하면서도 그 말이 재미가 있어서 끌리어 다시 한위시대의 역사 이야기로 옮아가자 여자가 하는 말은 사실과 부합되므로 최는 놀랐다.
“신의 부군께서는 유씨라는 말은 먼저 들었습니다만 실례이지만 이름은 무엇입니까?>”하고 최는 물었다.
“내 남편은 유공재의 차남으로 이름은 요(瑤), 자는 중장(仲璋)이라 했습니다.”
하고 여자는 대답했다.
“먼저 죄가 있어서 멀리 유배당하였는데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참 후에 최는 그 자리를 뜨자 그녀는 은근히 배웅하였다.
“앞으로 10년 후에 뵙겠습니다.”고 하였다.
최는 대모(玳瑁) 관을 여자에게 보냈다. 여자는 구슬 반지를 남자에게 주었다.
문을 나서서 말을 타고 한 열 걸음을 가고서 뒤를 돌아다보니 그 누대는 사라지고 거기에는 커다란 묘만 있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은 했으나 최는 지금 마음이 좋지 않으므로 후에 스님에게 부탁해서 공양을 했다. 그 반지도 보시로 바쳤다. 그 후 변함이 없이 최는 관리로서 평판 좋게 직무를 수행했다. 천통(天統) 말년에 그는 관의 명에 따라 강의 제방을 쌓게 되었는데 그 공사 중 부하에게 옛날이야기를 하며 그는 눈물을 흘렸다.
“올해는 약속한 10년이 되는 해이다.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가?” 듣는 사람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공사는 무사히 끝났다. 공사가 끝난 어느 날 최는 자기의 뜰에서 살구를 먹고 있을 때 갑자기 생각한 듯이 말하였다.
“아가씨 만일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다면 이 살구를 먹이지 말아 주세요.” 그는 살구 하나를 다 먹기 전에 쓸어져서 죽었다. (신수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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