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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월요단상

대머리의 편견과 극복

간천(澗泉) naganchun 2011. 10. 31. 04:40

 

대머리의 편견과 극복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는 모발이식을 하고 우리나라에도 성형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는 가십 기사가 있었다. 자신의 이미지를 좋게 보이고자 하는 욕심에서일 것이다.

 

참으로 대머리인 사람들 대개는 은근히 자신의 용모에 대하여 미묘한 핸디캡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해소하려고 대머리들끼리 모임을 가지고 서로의 모습을 보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위로하는 모임이 있다고 하는 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는가 하고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 속 알 머리가 없어진 대머리의 경우는 헤어스타일을 마음대로 고칠 수 없음은 말할 나위가 없고, 갑자기 눈이나 비가 내렸을 때 사정없이 머리에서 물이 흘러내리기도 하고, 뜨거운 햇볕에는 따가움을 더 느끼게 되며, 추위에 더 차가움을 느끼게 되는 불편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프거나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니니 그렇게까지 마음조릴 일은 아니다.

그런데 대머리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편견이 있기도 하다. 화려한 정장으로 갖추어 입고 나서면 기생오라비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하고, 흥정판에 들면 염치없는 상대라고 보기도 하고, 시비를 가려야 하는 일에서는 너무나 뻔뻔스럽다는 선입견을 가지기도 한다. 나쁜 선입견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너그럽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이해심이 깊다고도 하고 시원하다고도 한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도 앞이마가 시원스레 벗겨진 대머리였던 것 같고, 로마의 정치가 쥴리어스 시저도 대머리였는데 나중엔 월계관으로 이를 가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대머리였다. 영화배우 율브린너는 아예 대머리를 자신의 상표로 하여 여러 영화에 출연하여 명작을 남기기도 하였었다.

이처럼 유명한 사람들 중에도 대머리가 많으니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을 것까지는 없지 않을까. 게다가 나이가 들어 소위 노인성 탈모증으로 생긴 대머리라면 더욱 그렇다. 이제 어찌 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나처럼 정수리 부분까지 대머리가 된 사람을 "속 알 머리 없다."고 하고, 머리주변이 빠지면 "주변머리가 없다."고 하여 비하하는 농담거리가 되기도 하니 약간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없다.

“속 알 머리가 없다.”라 말하면 "소갈머리가 없다."란 말이 되어서 무슨 일에 대한 소신이나 신념, 나아가서는 철학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의 말이 될 수도 있고, "주변머리가 없다."고 하면 융통성이나 임기응변하는 재치가 없는 무능한 사람이라는 말이 되기도 하니 이런 농담의 대상이 된다면 사회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가여운 일이 아니겠는가.

 

  옛 시인의 시에

"숙석청운지(宿昔靑雲志)

 차타백발년(蹉陀白髮年)

 수지명경리(誰知明鏡裏)

 형영자상련(形影自相憐)"

 

곧 옛날 젊어서는 입신출세하리라고 큰 뜻을 품고 있었는데, 어쩌다 기회를 놓치고서 출세도 못했는데 어느새 백발의 나이가 되어버렸구나. 거울 속에서 나 자신과 내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기게 될 줄을 누가 알았으리? 하고 노래했다.

그야말로 나 또한 거울을 통하여 내 가련한 모습을 보며 가엽게 여기게 되었으니 이 시인의 마음과 어찌 다르랴. 이제는 모자를 쓰고 머리를 가려야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