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암살 계획
(7월 20일 사건)
운명의 날
1944년 7월 20일 오전 6시 오늘도 더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그 남자는 수염을 깎자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말했다. <꼭 성공할 거야. 수 시간 후에는 이 비극을 마치게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거기는 아름다운 호반과 깊은 녹음이 짙은 숲이 펼쳐 있었다. 아무래도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 같지가 않았다.
몸차림을 마친 슈타우팬버그 대령은 회의에 출석하기 위하여 서류 가방을 곁에 끼었다.
히틀러 암살을 위하여 폭탄을 장치한
슈타우팬버그 대령
가방은 여느 때보다 약간 무거웠다. 그렇겠지. 그 안에는 2 파운드의 고성능폭약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 한두 대는 거뜬히 해치울 수 있는 것이다.
정각 6시에 자동차가 마중을 왔다. 타고 있는 사람은 부관인 헤프텐 중위이다. 자동차를 타고 비행장으로 향한다. 도착하면 거기서 하인게루에 갈아탄다. 비행하기 3시간 정도로 총통대본영이 있는 라슈덴버그에 도착한다.
비행기의 타랍을 올라갈 때 문득 쳐다보니 한여름의 태양이 번적 번적 빛나고 있었다. 대령은 눈이 부셔서 눈을 가늘게 하자 자신에게 말하듯이 중얼거렸다.
<오늘은 덥고 긴 하루가 되겠구나.>
총통 대본영으로
오전 10시 조금 전에 비행장에 도착하였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여느 때처럼 자동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의 작전회의는 오후 1시에 시작하기로 되어 있었다. 총통 대본영에 들어가려면 3미터 정도의 폭의 길을 16킬로미터 정도 달려야 한다. 그런데 차례로 3개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가 정차하였다. 최초의 검문소이다. 친위대의 병사가 오른 손을 들고 인사를 한다. 발꿈치를 치는 소리가 들린다. 병사는 자동차 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내 밀었다.
<하이히틀러, 증명서를—대령님.>
<마치 기계인형 같았다.> 언제나 보는 광경에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대령은 평정을 찾는다. 그러나 고동은 크게 맥을 친다. 귓속에서 두근두근 들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데 상대가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이윽고 증명서를 돌리며 병사는 소리친다.
<통과하십시오. 대령님. 오이 문을 열어라.>
잘 되었다. 그런 기분이다.
제2검문소도 무사히 통과하였다. 도로 양 가에는 높은 철조망이 처져있고 일부에는 고압 전류가 흐르고 있다. 다시 철조망 바깥에는 대인지뢰가 무수히 묻혀 있어서 침입하기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여기까지 오면 둘레에는 울창한 높은 나무로 덮여 있고 적의 정찰기가 온다 해도 아래 무엇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특별증명서가 있으므로 3개의 검문소를 통하여 작전회의실까지 가는 데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폭발 후 여기를 어떻게 빠져 나갈 것인지가 문제였다. 아마도 1분1초를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대령은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고 크게 호흡을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 일어난 뉴스가 주마등처럼 뇌리에서 차례차례로 지나갔다.
읽을 수 없는 히틀러의 변덕
2개월 전에 연합군은 프랑스의 노르만디에 상륙하였다. 게펠스가 호언하던 대서양의 벽은 무너졌다. 그 1년 전쯤에는 동맹국 이탈리아가 항복하고 연합군은 지중해에서 이탈리아반도를 북상하고 있었다. 동쪽에서는 소련군이 눈사태처럼 폴란드 부근까지 쳐들어 왔다. 이에 이르자 독일은 3방면에서 연합군에 포위된 상태가 되어 여유가 없는 상태에 빠지고 있었다.
적의 병력은 독일군의 수배 이상으로 항상 10배 이상의 전차를 상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 사이에도 3개 전선은 독일 제3제국의 심장부 베를린을 목표로 일각일각 쳐들어왔다. 이 상태로서는 독일의 괴멸은 시간문제였다.
히틀러암살 계획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있었다. 히틀러 탑승기에 폭탄을 장치하려 한 일도 있고, 히틀러가 새로운 군복을 보러 온 때에도 군복에 장치한 폭탄을 터뜨리려 하기도 하였다. 또 동부전선에 시찰차 왔을 때에 지근거리에서 총을 쏘기도 하였다. 그러나 모두 실패하였다. 그것은 히틀러의 행동이 전혀 예기할 수 없고 변덕이 심했기 때문이다.
히틀러는 예고도 없이 여행을 하기도 하고 변덕쟁이처럼 전선을 시찰하기도 하였다. 그것들은 갑자기 일어나서 예기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경찰도 모르고 그때마다 야단법석이 된다. 그에 더해서 히틀러의 신변에는 친위대 대원으로 엄중히 호위되고 있다. 도저히 무기를 가진 자가 접근할 수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히틀러 암살 계획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왈큐레 작전>이라는 은어로 불리었다. <왈큐레>란 고대 북유럽의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으로 그녀들은 천마를 타고 공중을 날아다닌다. 그리고 전장에서 죽은 영웅을 궁전 와루하르에 운반했다고 한다. 이 작전명은 만일 누설되었을 때를 생각해서 겉으로는 독일 국내에 종사하는 포로나 노예 근로자들의 반란이 일어난 경우 진압하는 작전이라고 했다.
작전회의실에
제3검문소에서 친위대에 불리어 대령은 깜짝 놀랐다.
<대령님, 회의는 30분 앞당겨졌습니다.>
듣기에는 맹우 무쏘리니가 오후 2시 반에 오게 되어서 작전회의는 앞당겨진 모양이다.
게다가 다망한 총통은 요점만 보고를 받는다 한다. 묵직한 가방을 가지고 가면 부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들키지나 않을까? 계획은 실행해야 하나 어쩌나, 슈타운팬버그는 망설였다.
여기까지 온 바에야 모든 것은 그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30분 정도의 변경은 계획에 지장이 없다. 오히려 빨리 길보가 알려져서 좋을 것이다. 그래, 이대로 가자. 그리하여 계획은 실행하기로 하였다. 히틀러만 죽으면 독일은 이 이상의 파괴를 방지할 수가 있다.
이 경우 바로 관공서의 중추를 멤버들이 장악하고 라디오를 통하여 히틀러의 죽음을 전 세계에 알리기로 되어 있었다. 쿠데타에 의하여 생긴 새 정부는 재빨리 화평교섭을 개시할 것이다. 이러기 위하여 베를린에서도 파리에서도 멤버들은 대기 상태이다. 단지 그들은 회의가 30분 빨라졌다는 것은 모른다.
이러는 동안에 자동차는 회의실이 있는 건물 입구 앞에 왔다. 슈타운팬버그 대령은 자신은 의심을 받지 않고 히틀러에 접근하여 폭탄을 발밑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이라는 것을 재확인하고 있었다.
원래 히틀러의 나치즘에는 일관하여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는 것, 그리고 경비의 친위대의 병사들마저 그가 히틀러의 자객이라고 결코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부상으로 불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외눈과 외팔인데다 나머지 손에는 손가락이 3개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인물이 총통에게 접근하여 위해를 가할 수가 있겠는가? 실제 슈타우팬버그 대령은 한 번도 신체검사를 받는 일 없이 소지품 검사도 받지 않고 3개의 검문소를 통과하여 작전회의실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폭발 수분 전
오후 0시 30분 회의가 시작되기 직전 대령은 잊어버린 것이 있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이웃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대령은 서류 가방 속에 있는 폭탄을 작동시켰다. 시한 신관에 이어진 플라스틱 케이스를 찢은 것이다. 이것으로 신관 부분에 산이 흘러들어갈 것이다. 이 폭탄은 산이 부식하여 금속부분이 녹으면 폭발하는 장치로 되어 있었다. 폭발까지는 약 10분이 있다.
서류 가방을 손에 든 대령은 회의실로 돌아왔다. 방은 세로 12미터 가로 5.4미터의 넓이로 중앙에 무거운 테이블이 있었다.
이미 작전회의가 시작되어 커다란 지도의 주위에 히틀러를 비롯하여 20명 이상의 막료들이 책상 위에 놓인 지도를 노려보고 있는 중이다.
지도는 러시아 전선 것으로 그 위에 적과 우방을 표시하는 적과 흑의 장기판 말 같은 것이 많이 있었다.
대령이 가방을 책상 아래에 놓고 안으로 들여 밀었다.
히틀러는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몸을 싣듯이 엎드려 지도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앞으로 8분이다.
작전부장 호이징가 장군이 동부전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목하 우리군은 이 선을 사수하고 있지만 병참부가 위협당하고 있고 퇴각할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치하는 소련군은 우크라이나 방면군 3개 사단으로 보이며 우리군의 손해는 현재 조사 중입니다. 라트비아의 우리 사단은 남하하지만 우세한 적이 대부대에 끼어 있습니다. 전 부대는 장비를 재편하고 새로운 전선 구축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 히틀러의 기분 나쁜 듯한 짧은 소리가 회의실에 펴졌다.
<대령!> 슈타우팬버그 대령은 문득 놀랐다. 히틀러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다.
<예비군의 대강을 설명하라.> 대령은 냉정을 되찾아 예비군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기로 하였다. 곤란해졌다. 이 상태로는 설명하는 동안에 폭탄이 파열할 것이다.
<총통각하, 현재 우리군의 예비 병력은 에— 후방에 있는 부대를 포함해서 말씀인데-->
<요점만 말해라.> 히틀러의 소리가 기분 나쁘게 울린다. 이 순간 대령은 구원을 받은 것으로 생각했음에 틀림이 없다.
<옛! 알았습니다. 예비는 7개의 보병사단과 2개의 장갑부대뿐입니다. 전차대대는 판다 D형, 디켈을 주축으로 한 3개 전차대대가 사용가능합니다.>
<음, 그런가!> 히틀러는 긍정하면서 지도를 노려보고 있다. 그의 바른 손에는 붉은 색 연필이 쥐여져 있었다. 오른 손은 호주머니에 넣었는데 조물조물 움직이고 있다.
다시 호이징가 장군의 말이 이어졌다.
<이 전선의 러시아방면군의 적전차수인데요-->
장군의 설명이 시작되자 대령은 베를린에 전화를 걸어야한다고 중얼거리면서 서서히 뒷걸음으로 출구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가지 않으면 후 5분 정도 밖에 없다. 이어서 호이징가 장군의 비관적인 설명이 계속되는 속에 히틀러는 지도에서 눈을 때었다. 단지 우울한 분위기는 잘 전해졌다.
대령은 서서히 도아의 노프를 돌리자 문이 열렸다. 무더운 공기가 푹 들어온다. 대령의 모습을 슬쩍 보거나 위병이 총을 가진 채로 기지개를 펴며 발꿈치를 모우는 소리가 났다. 다음 조금이다. 폭발까지는 다음 3분정도일까.
건물을 나와서 조금 걷자 멤버인 헤프텐 중위와 휄기벨 장군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는 언제나 발진가능하게 되어있다. 대령은 자동차의 문을 열었다. <펑>그 순간 회의실 쪽에서 귀를 치는 대음향이 들렸다. 시계는 오후 0시42분을 가리키고 있다. 중위가 재빨리 올라탔다. 자동차가 움직인다. 다음은 일각이라도 빨리 이 늑대굴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대령은 외출허가서와 박진하게 다가오는 연기로 검문소의 위병을 연기로 채울 셈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라 해도 의심을 받지 않은 최대의 이유는 그 처참한 신체모습으로 국민적 영웅으로 보인 때문일 것이다. 이리하여 3개의 검문소를 차례차례로 통과한 자동차는 비행장을 향하여 쾌속으로 달렸다.
30분 후 대기 중인 비행기에 타면서 대령은 가슴이 아픔을 누를 수가 없었다.
<해냈다. 해냈다. 이것으로 독일의 파멸이 구해진다.>
오후 1시 15분, 비행기는 베를린을 목표로 날았다.
히틀러는 죽지 않았다
한편 휄기벨은 히틀러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하여 한 걸음 빨리 회의실 방향으로 뛰었다. 그는 총통대본영 통신대의 사령관으로 히틀러의 죽음을 보고 모든 동지들에게 연락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는 뛰어 가면서 히틀러는 즉사한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연기 속에서 히틀러가 나타난 것이다. 너무나 충격이 커서 졸도할 번했다.
<왜 그런가? 히틀러는 죽지 않았다. 베를린의 멤버들에게 어떻게 연락하면 좋을까.>
<총통각하! 부상은 없습니까?>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혼자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소련기 공습이다. 괴링은 무엇을 했었나. 저 열등민족이— 내가 천년제국의---> 최후의 말은 듣지 못하였다. 저주의 소리가 중얼중얼 나왔다. 히틀러의 머리카락은 브러시처럼 서고 바지가랭이는 너덜너덜 찢기었다. 히틀러는 카이텔 원수의 어깨를 잡고 사무실로 향하는 것 같다.
휄기벨은 암살 실패를 연락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통신설비는 친위대의 관리 하에 놓였고 어떤 통신도 히틀러의 승인 없이는 발신될 수 없음을 알았다. 제 아무리 사령관인 그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휄기벨은 실망상태에 빠졌다.
이 시점에서는 히틀러는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소련기가 저공으로 침입하여 폭탄을 투척하고 갔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30분 정도 지나서 힘러가 달려 왔다. 서둘러 경례를 하자 폭탄 전문가를 불러 조사가 시작되었다.
이윽고 카이텔은 폭발 전 빠른 걸음으로 회의실을 나간 슈타우팬버그 대령의 기묘한 행동에 눈치를 채었다. 그 정보는 히틀러의 귀에도 들어갔다. 히틀러는 얼굴이 빨개가지고 떠들러댔다.
<그 놈이 내 목숨을 노리다니. 배신자.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폭발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히틀러는 신의 가호가 있어서 자신은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는 운명이고 독일을 승리로 이끌기 위하여 신이 붙어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히틀러 특유의 생각에서 오는 자기암시이다. 이윽고 맹우 무쏘리니가 방문했을 때는 히틀러의 기분도 다소 좋아졌다.
<이 부스러기 이쯤에 나는 있었다. 최초 나는 러시아의 바보들이 기습을 가해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지은 바지가 없어졌다.> 히틀러는 통역장교를 통하여 무쏘리니에게 제스쳐를 써서 설명했다. 때때로 웃음을 섞을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무쏘리니는 폭발현장을 기웃거리면서 히틀러의 설명에 수긍하였다. 그 후 무쏘리니는 해어졌고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함부로 시간을 소비하다
오후 4시경 슈타우팬버그 대령은 베를린의 랑그스토르프비행장에 도착하였다. 거기서 상사인 올브리트 대장이 있는 국방성에 전화를 걸어 자신 만만하게 히틀러는 죽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패르기벨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는다. 일말의 불안은 있었으나 올브리트는 왈큐레작전을 발동시킬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때 국방성에 있던 프롬 대장마저 움직이면 국방군을 모두 반란군 지휘 하에 둘 수가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것도 프롬은 국방군총사령관이었기 때문이다.
슈타우팬버그는 국방성에 도착하자 올브리트 장군과 함께 히틀러가 죽은 것과 바로 음모파를 위하여 행동할 것을 프롬을 협박했다. 프롬은 아무 쪽에라도 붙을 사람이었다. 혹시 왈큐레작전이 발동되면 음모 측에 붙어서 바로 나치의 주요인물 체포에 움직일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프롬은 라슈텐베르크에 있는 총통대본영에 전화해보고 카이텔 원수로부터 총통은 무사하다는 전달을 받는다. 총통이 건재하다면 반역자들을 체포하지 않으면 자신이 죄를 의심 받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반역파가 권력을 쥐고 있는 것이다. 프롬은 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망설였다.
들어오는 정보는 불확실한 것뿐이다. 프롬과 음모자들 사이에 격한 구론이 이어졌다. 결국 우유부단한 프롬은 총으로 위협을 받고 감금되었다.
그렇더라도 참으로 카이텔이 말하듯이 히틀러는 살아있는 것일까? 아니면 반란군을 교란시키기 위하여 하는 유언비어인가. 음모파로서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진상을 알고자 서투르게 전화를 한다면 게슈타포에 도청당할 위험이 있다. 이리하여 국방군을 지휘 하에 두진 못한 채로 그들은 귀중한 시간을 허송하고 말았다. 만일 이 때에 소부대라고 이끌고 베를린에 남아있는 나치의 주요인물 게펠스를 체포하고 방송국을 점거하고 있었다면 정세는 달라질 수도 있었던 셈이다.
이윽고 오후 6시가 지나서 게펠스의 긴급성면이 발표되었다.
<오늘, 총통의 목숨을 노리는 비열한 쿠데타가 기획되었다. 그러나 총통은 가벼운 화상을 입을 정도라서 집무를 재개하고 오후에는 뭇소리니 총통과 회견하고 제3제국의 금후의 전망에 대하여 장시간 회담하였다.>
이 방송을 듣고 음모파는 다시 절망적이 되었다.
<이런 것은 거짓말이다.><히틀러는 절대로 죽었다.>
그러나 움직이게 되었던 부대마저 좋은 날인데도 움직이지 않았고, 음모파는 고립무원 상태에 빠졌다. 게펠스의 존재는 그런 정도로 국방군에 침투하여 절대적인 영향력이 있었는데 그것은 후의 일이다.
이윽고 반란군 중에서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기가 약해지고 책임을 떠밀기도 하고 자기 보신주의로 가는 자도 생겼다.
그때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장교단이 은밀히 결집하여 돌연 음모파를 습격했다. 국방성 복도나 건물 내부에서 격한 총격전이 행해졌다. 슈타우팬버그도 이 때 한 팔밖에 없던 팔이 잘리고 의식도 몽롱해졌다.
이윽고 음모파는 제압당하고 프롬은 방에서 구출되었다. 프롬은 해방되자 분노를 새롭게 하여 그들을 총살한다고 떠들어댔다. 간략화한 재판이 행해지고 음모파의 중심이었던 장군들은 뜰로 끌어내어 거기에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처형장이 되고 있었다. 이미 총살대는 일열로 대기하고 있다. 거의 의식이 없는 슈타우팬버그는 부관인 헤프덴중위에게 안기어 총살대의 앞에 섰다. 이 순간 의식이 분명해졌는지 눈을 번쩍 뜬 슈타우팬버그는 하늘을 향하여 부르짖었다.
<우리 성스러운 독일이여. 만세!> 그 소리가 끝나기 전에 총살대의 일제사격이 행해졌다. 헤프덴중위도 오프리후트장군도 피투성이로 쓰러졌다. 이리하여 슈타우팬버그의 긴 하루는 끝이 났다.
잔인한 히틀러의 복수
이튿날 심야인 오전 1시, 히틀러의 연설이 방송되었다.
<내가 독일 국민과 최후의 승리를 목표로 분투노력하고 있는 와중에 일부의 배신자들이 국가를 빼앗으려 비열한 행위를 행하였다.> 소리는 거칠게 계속되었다.
<많은 충실한 막료들이 중상을 입었지만 나는 상처하나 없었다. 이것은 우리 게르만대제국 창설을 위하여 그 목적을 관철하기 위하여 취한 신의 참뜻이다.> 미친 듯이 떠들어대는 그 소리는 틀림이 없는 히틀러의 그 소리였다.
<반란에 한 편이 된 자들에게는 신의 징계가 있을 것이다. 범죄자들은 용서 없이 체포되어 절멸된다.> 최후의 말은 분노의 소리였다. 이 방송은 세계를 향하여 발신되었다.
이 사건에 대한 히틀러의 복수는 잔인한 것이었다. 7천명 이상이 체포되고 그 전원이 강제수용소에 들어가 처형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게슈타포의 고문을 받았고 죽음을 당하였다. 피아노선으로 목이 잘리기도 하고 음독자살하는 자도 생겼다.
이 암살 계획에 많은 장교가 참가하였고 초전에 활약하던 장군도 포함되었다. 구류게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그는 소환당하여 프랑스에서 독일로 향하는 도중 스스로 청산가리를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국민적 영웅 롬멜마저 계획에 가담했다고 해서 음독자살을 강요당했다.
이후 게슈타포의 힘은 점점 강해져서 군 내부나 민간인 조직 중에 침투하여 절대적인 힘이 되었다. 전 독일군에게 나치식 경례가 강요되었다. 모든 행동에는 총통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게 되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반나치적인 언동을 한다면 게슈타포에 의하여 반역죄로 고문당했다.
왈큐레작전의 실패는 독일을 완전한 파멸로부터 구하게 되는 일말의 광명마저 부수고 말았다. 이에 전 독일인은 히틀러와 함께 지옥 밑바닥까지 끌려가게 되는 운명이 오직 하나의 선택지였음을 알게 되었다.
* 참고문헌 <히틀러 암살사건>=상게이신문사 출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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