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의 식사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대한 무대다. 우리가 서빙을 시작하는 순간은 마치 유명 레스토랑에서 정중한 서비스가 펼쳐지는 장면과도 같다. 하지만 여기에 숨겨진 코믹 쿵푸 액션이 더해진다면, 그 광경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바뀐다.
점심 준비가 시작된다. 거실 탁자 위에는 방수 앞치마들이 착착 개켜져 있고, 침상에 계신 어르신들은 상반신을 올려 앉힌다. 휠체어에 앉아있는 어르신들은 한 줄로 이동하며 각각의 자리에 자리 잡는다. 앞치마를 정중히 손에 들고 마치 레스토랑의 웨이터처럼 정성스레 어르신들의 목에 매어드린다. 물병도 세심하게 준비해 목을 축여드리며, 그 모든 과정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준비 과정과 같다.
그러나 식카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반전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식카가 모습을 드러내면, 요양보호사들은 눈빛을 교환하며 전투 준비를 한다. 수저와 젓가락이 각 식판에 차곡차곡 놓이지만, 머릿속에는 코믹 쿵푸 액션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식판을 손에 들고 '준비!'라는 마음으로 곧바로 "날려!" 하고 외칠 것만 같다. 그리고 상상 속에서 식판은 공중으로 휙휙 날아가며, 어르신들은 마치 쿵푸 달인처럼 정확히 그 식판을 받아낸다. 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고사리나물을 공중에서 건져 먹는 그들의 묘기는 완벽하다.
실제로는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식판을 내려놓고, "잘 드세요"라고 인사하며 수저를 가지런히 놓아드린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코믹 쿵푸 신이 이어진다. 어르신들이 국자를 들고 날아오는 국을 받아내는 모습이나, 날아온 접시에 탁탁 음식을 옮겨 담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유쾌하다.
식사를 하는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팔꿈치를 턱에 대고 시큰둥하게 천천히 드시는 분,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분, 물컵에 김치를 헹궈 먹는 분까지... 식사 시간은 그 자체로 다양한 에피소드의 연속이다. 요양보호사들은 눈을 크게 뜨고 어르신들이 잘 씹고 삼키는지, 반찬이 너무 크지는 않은지 세심하게 관찰한다.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어느새 식가위가 등장해 반찬을 자르는 모습은 요리사와 웨이터의 콜라보레이션을 연상시킨다.
가끔 눈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이 양손으로 그릇을 꼭 감싸쥐고 숟가락을 휘휘 젓는 모습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는 듯한 장면이기도 하다. "셰프의 스페셜, 고맙습니다!"를 외칠 것만 같은 그분의 모습은 식판이 날아오던 코믹한 상상과 오묘하게 겹친다.
이렇게 요양원의 식사 시간은 유명 레스토랑과 코믹 쿵푸 영화를 넘나드는,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순간들로 가득하다. 정중하고 진지하게, 때로는 코믹하고 신나게,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르신들과 함께 매일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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